"미쳤다카데예" 60년 농부의 환승…'연매출 1억' 대박 났다 [르포]
“부산에서 애플망고 농사를 짓겠다니, 주변 사람들이 다 미쳤다카데예.” 지난 12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비닐하우스. 농민 문영식(69)씨가 어른 주먹보다 두배는 큰 애플망고를 따면서 이같이 말했다. 멕시코ㆍ페루가 원산지인 애플망고는 본래 '어윈'이라고 불리는 아열대 작물이다. 문씨는 “지난해에 애플망고 8000개가 열렸고 1억 넘는 판매 수익이 났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될 듯하다”고 했다.
900평 애호박밭, 왜 애플망고 하우스 됐나
이 마을에서 태어난 문씨는 10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지었다. 지역 특산품으로 유명한 ‘짭짤이 토마토’를 주력으로 삼고, 애호박 등 다른 작물도 수확했다. 그러다 2017년 애호박을 기르던 땅 2975㎡(900평)을 애플망고 비닐하우스로 바꿨다. 문씨는 “직접 필리핀과 제주 등지 농장을 돌며 아열대 작물을 살폈다. 그중 애플망고 생육 조건이 맞고, 잘 팔릴 것으로 봐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애플망고는 애호박보다 품이 훨씬 적게 든다. 900평 비닐하우스의 애플망고 나무 500그루를 문씨 혼자 관리한다. 그는 “1년에 한 번 가지를 쳐주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이후에 기온을 최저 5도, 최고 35도로 맞춰주고 호박벌을 넣어서 수분(受粉)을 해주면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수확할 수 있다. 거름은 기계를 이용해 자동으로 준다. 수확철에도 하루에 혼자 3, 4시간만 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초기 시행착오 딛고 ‘효자’ 노릇 톡톡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7년 애플망고를 심고 3년뒤인 2020년 열매를 팔 수 있었다. 이때는 나무 한 그루에 애플망고가 하나씩밖에 열리지 않았고, 열매 크기와 맛이 지금만 못했다고 한다. 적절한 온도와 수분 방식을 찾고, 열매 크기와 당도를 함께 올릴 수 있는 일조량 조건 등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지금처럼 품질 좋은 애플망고를 한 해 8000개 수확하게 됐다.
수익도 애플망고가 훨씬 높다. 애호박은 비쌀 때도 20개들이 한 상자에 2만원을 받기 어려웠지만, 애플망고는 크기에 따라 5~8개들이 한 상자가 8만~15만원에 팔린다. 문씨는 “물량이 온라인에서 모두 소진된다. 도매시장에 따로 내놓을 상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 농업센터도 아열대 시범 재배
문씨는 애플망고 농사 초기부터 부산농업기술센터와 교류했다. 센터는 애플망고 생육 조건과 국내ㆍ외 재배 농가 관련 정보를 문씨에게 전했다. 문씨가 애플망고를 직접 땅에 심고 수확ㆍ판매에 이르는 동안 겪은 시행착오와 해법 등 노하우는 센터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센터는 2019년부터 아열대 과수 실증시범포(비닐하우스)에서 애플망고와 만감류(천혜향·레드향·한라봉 등), 바나나, 무화과 등 아열대 과수나무 99그루를 시범 재배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본래 아열대에서 자라는 작물이다. 하지만 기온 상승에 따라 부산 농가에서 이런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차원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며 “실제 재배가 가능해지면 희망 농가를 모집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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