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논쟁, 당내 반발 속에도 李측이 웃는 이유…“난장판 여당보다 비교우위”

강보현 2024. 7.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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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산층을 겨냥해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뒤 당에서 관련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금투세 도입 시기를 고민해야 한다. 종부세도 한편으로 과도한 갈등과 마찰이 있어 근본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직후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이 금투세에 대해 “(이 전 대표는)유예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종부세 완화엔 “기본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도 비슷한 기류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금투세는 시행 후 보완, 종부세는 세수가 많지 않아 그대로 둬도 된다는 방향으로 기재위 내 컨센서스가 형성돼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전당대회에서도 감세 논쟁이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당 대표를 놓고 이 전 대표와 경쟁 중인 김두관 전 의원은 “당 정체성 파괴”라며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어 종부세와 금투세를 건드리는 것은 당의 세제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병주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잘하셨다”며 “민주당 지지자들의 의견만 들을 수는 없다”며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 중 처음으로 종부세 완화를 공개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두관,김지수,이재명 당대표 후보. 강정현 기자.


이 전 대표 측은 “세제 논쟁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극에 달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아수라장인 가운데, 민주당 전당대회는 온건한 정책 경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한 참모는 “여당이 할 정책 토론을 우리가 하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세수와 관련한 개인적 입장을 밝힌 것은 호재가 됐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도 “이 전 대표가 이러한 논란을 예상하지 못한 채 던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측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전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며 금투세 완화를 시사했고, 진 정책위의장은 “정부 세제 개편을 앞두고 야당이 입장을 명확히 하는 건 이르다”며 완곡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여당은 “세제 개편 작업을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전 대표가 제안한 종부세 개편과 금투세 유예 등 세제 개편 논의에 즉시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당 대표 후보도 최근 “(이 전 대표가)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금투세를 협상 테이블로 올리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속도를 조절하자는 입장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세수 확보 방안 없이 부자감세만을 획책하는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며 “정부 세제개편안을 검토한 후 민주당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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