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모래톱 사이 움푹 파인 곳... '참새 목욕통'입니다

이경호 2024. 7.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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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77일차]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새 이야기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새소리가 달라졌다!

재난안전본부에서 만난 생명들은 천막농성장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난다. 매일 매일 들려오던 흰목물떼새와 물총새는 어쩌다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종이 되었다. 대신해서 꾀꼬리와 물까치가 재난안전본부를 대신한다. 강은 시기마다 다르기도 작은 위치와 지형 변화에도 다양한 자연이 보여준다.

고작 200m 채 되지 않는 거리 차이지만 생태계는 전혀 다르게 보여진다. 넓지 않은 초지와 나무들이 둔치에 산새들을 품어주고 있다. 산새들의 다양한 소리가 하루 종일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농성장에서는 주로 물새와 물새 소리가 지켜 주었다. 둔치에 차려진 재난안전본부는 이런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천막농성장에서는 민물가마우지, 원앙,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중대백로, 쇠백로, 검은댕기해오라기, 물총새, 흰목물떼새, 흰물떼새, 깝짝도요, 삑삑도요, 알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가, 제비 농성장 주변에서 확인되었다. 대부분 물을 근간으로 생활하는 새들이다.

가장 많이 보이는 종은 '꾀꼬리'
  
 농성장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흰목물떼새
ⓒ 이경호
  
 농성장에서 만났던 물총새
ⓒ 이경호
 
둔치로 옮긴 재난안전본부에서는 꾀꼬리,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쇠박새, 딱새, 때까치, 파랑새, 참새, 꿩, 까마귀, 후투티, 까치, 물까치, 멧비둘기, 새호리기, 황조롱이 등이 산새가 보인다. 새호리기는 재난안전본부를 매일 두 차례 이상 저공 비행하며 사람을 놀라게 한다. 너무나 빠르게 이동하는 탓에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종이기도 하다.

재난안전본부와 천막농성장에서 고루 보이는 종이 알락할미새와 검은등할미새이다. 두 종이 물과 육지를 연결해 준다고 하면 과도한 해석이겠으나, 물가로 갈수록 물새가 많아지고, 제방쪽으로 올수록 산새가 많아지는 당연한 자연을 만났다.

재난안전본부가 있는 둔치는 제방을 경계로 형성된 도시와 물이 흐르는 공간 사이에 만들어진 버퍼존이다. 둔치가 버퍼존이 되면서 하천의 물새들이 도시와 접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생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과 인접하지 않게 완충지대만 마련되어도 생태계는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재난안전본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종은 놀랍게도 꾀꼬리이다. '훨훨나는 저꾀꼬리 암수서로 정겨운데'라는 유리왕의 시조마냥 암수가 함께 다니며 평화로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목소리가 예뻐 3대 명조로 알려진 꾀꼬리의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농성장에 찾아온 꾀꼬립
ⓒ 이경호
 
두 번재로 눈의 띄는 종은 파랑새이다. '치르치르와미치르'가 확인 했던 파랑새와는 다르지만, 진한 청색의 파랑새가 비행하고 나뭇가지에 앉아 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성격이 난폭한 것으로 알려진 파랑새는 이름 때문에 농성장을 찾는 분들이 놀라워 하는 종이 되었다. 모래가 쌓은 작은 사면에서 매일 목욕하는 참새 목욕통도 존재한다. 
 
 파랑새가 앉아있는 모습
ⓒ 이경호
 
 모래목욕하는 참새
ⓒ 이경호
 
최근 강조되고 있는 종다양성의 기본은 서식하는 환경의 다양성이 토대가 된다. 하천은 지형은 깊은물, 낮은물, 흐르는 물 고인물의 모래톱과 자갈밭 등의 저수로 지형과 습지인지 육지인지, 나무가 자라는지 초지인지에 따라 생태계를 만들어 지는 것이다. 자연지형과 인공지형 사이에 만들어진 완충지대가 둔치에 생물들을 보면서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느기게 된다.
하지만, 세종보가 담수되는 순간 이런 다양한 지형은 사라지게 된다. 깊은 물만 가득한 호수를 만드는 것이다. 완충지대 역시 줄어 들면서 제대로 기능을 상실 할 것이다. 물새가 서서식 육지의새로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인접하면서 오히려 생태계의 균형에 균열이 생길 것이다.
  
 새기에게 먹이를 주는 물까치의 모습
ⓒ 이경호
 
세종보의 담수는 낮은물과 육지와 습지, 흐르는 물 모두를 없애는 것이며, 여기에 생명들을 죽이는 일이다. 여기에 살아가는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을 죽일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매년 녹조와 수질악화 등을 배제하더라도 세종보의 담수는 생명들의 터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둔치와 하천 본류의 생태계가 다른 만큼 하천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천변까지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담수로 생명들이 사라진 금강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현장을 걸을 수도 돌을 찾아 던질 수도, 물을 만지거나 들어갈 수 없다. 흐르는 강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70여일간 천막농성장에서 물을 즐겼던 친수는 이제 먼 나라 이야기이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복원을 통한 친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만 거꾸로 가는 하천정책이 바로 가야 한다. 종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환경부가 해야 할 일인 것을 간과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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