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차별 맹폭…하마스 "대량학살" 휴전회담 결렬 선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나날이 격화되고 있다. 하마스가 이에 항의해 휴전 회담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한층 더 압박하겠다며 가자지구 남부와 중부에 공습을 재개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중부에 있는 누세라트의 난민촌 캠프 내 한 주택에 미사일을 발사해 팔레스타인인 11명이 즉사했다. 부상자 수십명은 모두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누세라트에 위치한 유엔 가자지구 구호기구(UNRWA)가 운영 중이던 학교가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팔레스타인인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80명이 부상당했다. UNRWA는 본부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돼 평평해졌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필리프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에 “유엔의 시설물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돼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과 국제인권법을 공공연히 무시하며 이같은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항의 메시지를 게재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11일 오후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319명 사망하고 802명 다쳤다고 전했다.
가장 치명적인 공격은 지난 13일 오전 알 마와시 피란촌에서 벌어졌다. 이스라엘군의 미사일이 피란민 텐트와 급식·급수 시설을 타격해 그 자리에서 최소 9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돕던 민방위 대원 3명도 즉사했다.
알 마와시는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하고 피란민을 대피시킨 곳으로, 이스라엘은 스스로 안전지대로 지정한 곳에 폭탄을 퍼부은 셈이다. 같은 날 가자지구 서쪽의 샤티 피란촌에 설치된 기도처가 공격 당해 22명이 사망했다.
하마스 "대량학살" 항의, 휴전협상 결렬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격은 카타르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하마스는 지난 4일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를 통해 16일 동안 이스라엘 군인들과 남성 인질을 풀어주는 내용이 담긴 수정안을 이스라엘에 전달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북부를 통한 무장단체 조직원들의 복귀를 차단한다는 내용 등 4가지 조건을 내걸면서 이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시에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 전역에서 공격을 이어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13일 공격 이튿날 “민간인 밀집구역에 대한 폭격은 ‘대량 학살’”이라면서 중재국에 휴전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 다만 이스라엘측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때 휴전 회담을 재개할 뜻을 내비쳤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계획한 무함마드 데이프와 칸유니스 여단 사령관인 라파 살라메를 겨냥했다며 “피해를 본 민간인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공격으로 살라메를 사살했다고 확인했지만, 데이프의 생사는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하마스측은 “데이프가 무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즉각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15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휴전을 촉구하기 위해 왔다”며 “지난 수개월간 인명 손실이 엄청났으며,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도주의 구역까지 공습해 민간인 사망자가 나온 것을 규탄한다”며 “즉각적‧인도적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영양실조로 사람 못알아보는 아이들 속출
인도주의적 위기도 커지고 있다. 유엔 인도적업무조정실(OCHA)는 이달 들어 가자지구에 인도적 활동에 필요한 연료량의 25%만 반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료 부족은 곧바로 병원과 제빵소 운영에 타격을 주고 식수 공급과 위생 시설 가격에 심각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OCHA는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학교 내 피란민 대피 시설에는 1만4000명이 머물고 있는데 영양실조로 인해 사람을 못 알아보는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화장실도 약 560명당 하나 꼴로 쓰고 있다며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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