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세론에 총리가 통화한 영국, 머뭇거리는 독일·프랑스, 왜?
영국은 재빨리 움직였고, 독일과 프랑스는 머뭇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속이 타고, 러시아는 웃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피격 사건 이후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승세를 잡았다는 전망이 이어지자 유럽 각국이 보이는 반응이다.
트럼프에 가장 빨리, 바짝 다가간 나라는 영국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피격 이튿날인 14일(현지시간) 밤 트럼프 전 대통령과 10분 가량 전화통화를 나눴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외교적 쿠데타(diplomatic coup)”라며 “테러 이후 트럼프와 직접 대화를 나눈 유일한 세계 지도자”라고 평했다. 영국의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트럼프는 외교정책상 차이 보단 개인간 상호작용을 더 중시한다”며 “트럼프는 스타머 총리가 재빨리 전화한 걸 기억할 것”이라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영연방의 수장인 찰스 3세 국왕 역시 트럼프에게 주미 영국 대사관을 통해 비공개로 서한을 보냈다고 버킹엄궁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왕실이 직접 트럼프를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시절 영국 국빈 방문 때 자녀뿐만 아니라 사위와 며느리까지 대동할 만큼 영국 왕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독일과 프랑스는 영국과 달리 일단은 미국 대선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두 나라의 사정은 다소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조기총선 뒤 후임 총리를 선출하지 못한 채 안개 정국을 걷고 있어 당장 운신의 폭이 좁다.
독일의 머뭇거림은 가급적 트럼프와 바이든에 ‘양다리’를 걸쳐놓으려는 구상 때문으로 추정된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영국과 달리 올라프 숄츠 총리가 트럼프와 별도로 통화를 하지 않았다며 “독일 정부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와 ‘대화의 실마리’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매체는 독일 정부 인사들은 미 공화당 전당대회뿐만 아니라 민주당 전당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장 다급한 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평화회의를 11월을 목표로 서두르고 있다. 평화회의는 우‧러 전쟁 종결을 위한 국제회의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1차 평화회의를 열었지만 러시아의 불참으로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차 평화회의를 서두르는 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트럼프 대세론이 커지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협력하겠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과거보다 한층 누그러진 표현을 쓰고 있다. 앞서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선 트럼프가 부당한 평화협정을 강요하면 ‘루저 대통령’(loser president)이 될 것이라고 바난했다.
유럽 각국이 트럼프 대세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그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에 커다른 변화가 예상돼서다. 트럼프가 본인이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트럼프의 재집권시 EU의 방위비 분담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종결을 위한 압박 등이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는 올 2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럽이 스스로 일어설 때다. 미국을 버팀목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방위비 지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러시아는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와 우크라이나를 엮어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을 미국에 대한 비판을 위해 소재로 이용 중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논평에서 “테러 시도를 미국 행정부가 조직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도 “현 미국 행정부가 공격을 유발한 환경을 조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데 쓰는 돈을 경찰력을 보강하고 다른 법질서를 보장하는 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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