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코로나 청구서…자영업자 연체율 9년 6개월만 최고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작된 고금리와 고물가의 여파에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16일 금융감독원의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51%로 4월 말(0.48%)과 비교해 0.03%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말(0.4%)과 비교해서는 0.11%포인트 오른 수치다.
원화 대출 연체율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2022년 5월(0.24%)까지 줄곧 하향 추세를 그려왔다. 코로나19로 낮아진 금리에 정부의 금융 지원책까지 더해진 영향이다. 하지만 이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상승 추세로 다시 전환했다. 최근에는 3월 이후 두 달 연속 연체율이 올랐다. 3월은 분기 말 연체 채권 정리 효과로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5월 말 0.69%로 4월말(0.61%)와 비교해 0.08%포인트 올랐다. 1년 전인 지난해 5월 말(0.45%)과 비교해서는 0.24%포인트 급등했다. 2014년 11월(0.72%) 이후 약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많이 받는 대출이다.
높은 연체율이 보여주듯 최근 자영업자의 상황은 좋지 않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한 개인 및 법인 사업자는 98만6478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 폭도 지난해 11만9195명으로 역시 가장 많았다. 특히 폐업 사유에서는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였다.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도 4월 말(0.66%) 대비 0.06%포인트 오른 0.72%를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이 기간 0.11→0.05%로 오히려 0.06%포인트 하락하며 대조를 이뤘다.
지금 같은 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금리 인하의 속도와 강도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금리 인하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재정 확장 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연체율은 아직 코로나 이전 장기평균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국내은행의 손실흡수능력도 과거 대비 크게 개선됐다”면서도 “고금리 지속 등으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채무조정 등을 활성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상·매각 등) 및 대손충당금의 충실한 적립을 지속해서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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