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출 키운 美소비 주춤, 유럽선 회복세…수출 흐름도 바뀌나

최근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 흐름이 반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강한 경제’를 이끌던 민간 소비가 주춤해진 반면, 유로지역에선 소비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성장 흐름이 개선되는 추세라서다. 한국의 대미‧대유로 수출 비중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국 이현아‧고민지 과장 등 연구진은 16일 발표한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보고서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최근 미국 개인소비는 재화 중심으로 약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3~4분기 모두 3%대를 보이던 개인소비 증가율(전기 대비‧연율)은 올 1분기(1~3월) 1.5%를 보이다가, 4~5월 중에는 1.2%까지 낮아졌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기기와 같이 가격이 높은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가 부진한 흐름이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가계가 쌓았던 초과저축도 올 초 소진된 것으로 추정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반면 유로지역에선 가계 실질소득이 최근 증가로 전환하는 등 소비 흐름이 전환점(터닝포인트)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2022년부터 최근까지 유로지역에선 민간 소비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제조업 경기가 오랫동안 침체되면서 임금상승이 지연돼 가계소비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이어지고,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긴축을 완화로 전환하는 등 소비 여건이 개선되는 모양새다. 연구진은 “실질소득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재화소비 증가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부진이 완화되면 제조업 국가에서 ‘생산→소득→소비의 선순환’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근영 디자이너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대미 수출액은 110억2000만달러(약 15조3000억원)로 6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상태다. 자동차 등 대미 수출이 11개월 연속 증가해온 건 미국 가계의 견조한 소비 덕이 컸다. 반면 EU(유럽연합) 상대 수출액은 50억6000만달러(약 7조원)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8.2% 감소한 수치다.

연구진은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대미 수출은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미국의 개인소비가 점차 둔화하면서 증가세는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유로지역의 소비와 제조업 경기가 나아지면서 대유로 수출은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지역의 성장세는 한국 기업의 중간재‧최종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프랑스‧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이 세를 불리는 등 보호무역기조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고민지 과장은 “유로지역과 중국 사이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한국 기업에 단기적인 반사이익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무역 갈등 향방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