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정점" 美공화당 전대 달군 '트럼프 등장'(종합)
"트럼프의 감동적인(emotional) 입장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살아남아 결정적 승리를 거둔데 걸맞은 정점이었다.(워싱턴 포스트(WP))"
"입장 음악이 울려 퍼지는 동안, 군중은 '미국(USA)'과 '우리는 트럼프를 사랑한다'고 외쳤다. (CNN방송)"
유세 중 피격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밤 귀에 붕대를 붙인 채 공화당 전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모인 당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마치 록스타의 콘서트 무대 등장을 연상시키는 열기였다.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 참석했다.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 피격당한 이후 이틀만의 공식 석상이다. 총알이 스쳐간 오른쪽 귀에는 커다란 거즈붕대를 붙인 상태였다.
그의 등장에 맞춰 현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유세마다 입장 음악으로 사용하는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the USA)’가 울려 퍼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원들이 기립해 환호하는 것을 지켜보며 활짝 웃었다. 이어 군중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박수를 보냈다. 무대 대신, 별도로 마련된 귀빈용 박스 좌석으로 향하는 그의 옆에는 빽빽한 경호인력이 따라붙고 있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선거 슬로건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박스석으로 올라가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공화당 소속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이동,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발표된 J.D 밴스 상원의원 옆에 자리를 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걸음을 내딛는 내내 현장에는 기립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AP통신은 "엄청난 박수갈채 속에 트럼프의 화려한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입장 음악이 끝난 이후에는 군중이 그 침묵을 채웠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싸워라'고 외쳤다"면서 "결집의 함성"이라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청중은 환호로 들끓었다"고 전했다.
WP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론을 부각시킨 지난달 첫 TV 대선 토론부터 약 2주반에 걸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승리를 거뒀다"면서 피습 이후 건재함을 보여준 이날 등장이 "정점"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확보한 국방 기밀문서를 유출해 불법보관한 혐의로 기소된 소송이 기각됨에 따라, 사법리스크 부담도 일부 덜어낸 상태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행자가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하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다음 연사가 등장했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환호가 이어지면서 한동안 연설이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은 피습 후 이틀 만에 그의 건재함을 지지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렸다는 것 외에도, 밴스 의원의 부통령 후보 확정 이후 두 사람이 나란히 선 모습을 드러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통상 대선 후보는 전당대회 3일째에야 현장에 참석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러한 관례를 깨왔다. 그는 앞서 2016년에도 전당대회가 열리는 4일 내내 현장에 참석했다.
공화당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대권 승리 자신감이 확인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대의원인 릭 레이시는 WP에 "그는 운이 매우 좋다. 하늘에서의 개입이 약간 있다고 본다"면서 "날마다 기세가 고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WP는 "이 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상대로 총격 사건 이후 공화당의 결집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언급됐었던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 주지사는 연설을 통해 "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호했다"면서 "모든 미국인들을 끌어올리는 엄청난 경제"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다주 주지사는 앞서 피습을 계기로 "전 세계가 바뀌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투사'라고 평가했다. 이날 가장 이례적인 연설자로 꼽힌 인물은 션 오브라이언 전미운전노동자연합인 팀스터스 대표다. 그는 자신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는 팀스터스의 첫 대표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인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공화당이 노조에 덜 적대적일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당대회 막바지에 등장해 약 50분간 현장에 머무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행사장을 떠났다. 이날 대의원 호명 투표에서 당 대선 후보로 공식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오는 18일 수락 연설을 통해 집권 시 국정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해당 연설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비판 중심으로 작성됐으나, 지난 13일 피습 이후 완전히 새로 쓰였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확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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