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심근경색 초고위험군, 초기 LDL 수치 확 낮춰야 재발 막는다

민태원 2024. 7. 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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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질혈증 관리
심근경색 등 심혈관 사건을 한 번 경험한 이상지질혈증 초고위험군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지단백(LDL) 수치를 초기부터 강력하게 관리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셔터스톡

불안정 협심증 등 관상동맥증후군
한 번 겪은 환자들이 초고위험군
치료 효과 높이는 PCSK9 억제제
진료 지침·급여 기준 간 격차 존재
전문가들 “제도 개선” 한목소리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막힌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던 이상지질혈증 환자 A씨는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A씨는 재발을 막으려면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저밀도지단백(LDL) 수치를 더 낮춰야 한다는 의사의 안내를 받았다.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스타틴 등 약물치료를 받았는데도 LDL 값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최근 나온 신약(PCSK9 억제제)의 추가 병용을 권고받은 것이다. 하지만 A씨의 LDL 수치가 해당 약제의 건강보험 급여 조건에 맞지 않은 탓에 기존 치료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6개월 뒤 결국 심근경색이 재발해 다시 한번 응급실을 찾아야 했다.

이처럼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피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에 이상이 있는 경우로, 총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할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은 1.5배 넘게 높아진다.

총콜레스테롤이 높은 상태인 고지혈증 유병률은 10년 새 약 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성인 4명 가운데 1명(24%)이 고지혈증일 정도로, 서구화된 식습관 증가와 신체 활동 부족이 겹치면서 빠르게 늘고 있다.

초고위험군, 초기 LDL 관리 중요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인 모습. 셔터스톡

콜레스테롤 중 특히 LDL은 심혈관질환의 강력한 위험 인자로 꼽힌다. 주요 심혈관질환인 관상동맥증후군 첫 발생 이후 LDL이 빠르게 조절되지 않으면 심혈관 사건 재발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LDL 수치가 낮을수록 심혈관 사건 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분류 기준에 따르면 LDL 수치가 100㎎/㎗ 미만이면 정상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는 개인별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학회는 환자 치료의 근거나 목표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의 조절 목표를 다르게 제시한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불안정 협심증 등 관상동맥증후군을 이미 겪은 환자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해 LDL 수치를 55㎎/㎗ 미만으로 더 낮게 조절하고 첫 진단 당시보다 현재 LDL을 50% 이상 감소시키도록 권고한다. 2010년 기준 관상동맥증후군 유병률( 2.5%)로 추산하면 국내에는 약 120만명의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이 LDL 수치를 적극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10여년이 흐른 만큼, 초고위험군은 훨씬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문가 단체 권고에도 LDL 관리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선행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의 17.6%만이 LDL 목표치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초고위험군 LDL 목표치가 변경되기 전에 설정된 결과로, 현재 기준을 적용하면 목표치에 도달 못 한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회는 2022년 발간한 이상지질혈증 새 진료 지침에서 관상동맥질환 경험자의 LDL 목표치를 기존 ‘70㎎/㎗ 미만’에서 ‘55㎎/㎗ 미만’으로 강화했다. 미국 관련 학회가 2017년에 최초로 기준 변경 지침을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최기홍 교수는 15일 “기존 약물치료만으로는 초고위험군의 심혈관질환 재발을 충분히 예방할 수 없다. 초고위험군은 2차 발생 예방을 목표로 한 더 적극적인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면서 “LDL 수치가 감소할수록 심혈관 사건 재발 위험이 낮아지므로, 초고위험군에 해당될 경우 조기에 강력한 LDL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진료 지침에서는 LDL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대표적인 고지혈증약 스타틴을 최대로 가용하고 또 다른 치료제 에제티미브를 병용했는데도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초고위험군의 경우 PCSK9 억제제 추가 병용을 권고한다. PCSK9 억제제는 LDL 분해를 돕는 수용체의 양을 늘려 LDL 배출을 유도하는 치료제다.

임상 연구를 통해 초고위험군 환자에서 스타틴과 병용했을 때 LDL 수치를 45~73% 감소시키고,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도 약 15%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2017년 해당 기전의 치료제가 처음 국내 허가됐다.

효과적 LDL 강하 신약, 접근성 떨어져

이처럼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등장했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적극적인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외 진료 지침의 권고안과 현재 PCSK9 억제제의 건보 급여 기준 간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건보 적용 기준은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최대로 투여했음에도 LDL 수치가 70㎎/㎗ 이상이거나 첫 진단 당시 대비 50% 이상 감소하지 않은 경우 해당된다. LDL 수치가 55㎎/㎗ 이상, 70㎎/㎗ 미만인 초고위험군 환자는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환자 B씨는 “심혈관 질환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니 LDL 수치를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하는데, 정작 필요한 치료제는 급여 조건이 맞지 않아 쓸 수 없다고 해 재발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만 있다”고 토로했다. PCSK9 억제제는 비급여일 경우 한 달에 25만60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건보 적용을 받으면 본인 부담이 30%(월 7만7000원)로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특히 취약층 환자를 심혈관질환 재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진료비 급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선 강력한 치료 옵션이 적시에 사용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지질·동맥경화학회와 심장학회 등도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과 진료 지침과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교수는 “LDL을 효과적으로 떨어뜨리는 치료제가 있지만 현재 국내 급여 기준은 글로벌 가이드라인, 최신 진료 지침과 동떨어져 있어 LDL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에게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진료 지침 또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춘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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