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주 따로 있다"…가상 인물에 책임 떠넘기려던 주가조작범
가상 인물을 만들어 주가조작 책임을 전가하고, 사건 관계인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한 주가조작범이 구속기소됐다.
16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 공준혁)는 코스닥 상장사 사내이사였던 나모(51)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및 위증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일당 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주가를 올리는 데 이용된 코스닥 상장사의 실소유주인 나씨와 벤처투자사 대표 A씨(41)는 자본시장법위반과 특경(횡령) 혐의를 받았다. 시세조종을 한 나씨의 지인 B씨(47)는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를, 나머지 4명은 위증교사·위증 혐의를 받았다.
나씨는 2018년 초 주식시장 바이오 관련주 호황을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한 뒤 바이오 관련 허위 공시를 띄워 총 194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벤처 투자사와 결탁해 해외 유명 펀드 자금이 유입되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바이오 사업으로 유명한 상장사와 유사한 명칭의 페이퍼컴퍼니를 투자사로 공시하는 등 각종 수법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했다. 나씨는 총 108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약 6개월 동안 1만541회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해 160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는다.
나씨의 범행은 주가조작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10월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하자 가상 인물과 시나리오를 창조했다. 그는 “부친의 지인이 회사의 실소유주”라고 진술하고, 사건 관계인에게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도록 종용했다. 이때문에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가공인물이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수사가 오랫동안 난항을 겪었다.
나씨는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일당과 면회, 편지 교환 등 방법으로 범행을 계속했다. 실제로 그의 형사 재판에서 관련자 5명이 위증을 했다. 그러나 검찰이 “가상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일당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나씨의 거짓말이 탄로났다. 검찰은 휴대전화·컴퓨터 등 자료를 포렌식 분석해 전모를 밝혀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선량한 일반투자자의 피 같은 돈을 탈취해가는 주가조작 사범을 몇 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단 한 번의 주가조작만으로도 패가망신한다’는 원칙이 자본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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