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구명 녹취' 도이치 공범·김 여사 얽힌 '7초 매매' 미스터리

이주연 2024. 7. 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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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 세 번째 퍼즐] 검찰 "김건희가 직접 전화 거래" 밝혔지만 소환 안 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전체 중 일부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숲'을 살펴봐야 한다. 1심 판결문을 비롯한 검찰 수사기록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의 전체에서 김 여사가 관여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가족의 영광 2부는 각종 키워드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란 퍼즐을 함께 맞춰보는 과정이다. <편집자말>

[이주연, 이정환, 봉주영 기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가 '매도하라하셈' 문자를 보내고, 정확히 7초 후 주식 매도 주문이 나왔다. 매도주문 계좌의 주인은 김건희 여사.
ⓒ 봉주영
 
ⓒ 최주혜

"12시에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

2010년 11월 1일 오전 11시 22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 김○○씨가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사람은 민○○씨. 민씨는 1심 재판부가 이 사건의 컨트롤타워라고 꼽은 회사,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의 이사였다. 민씨는 김씨에게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다. 잠시 후 김씨는 민씨에게 "매도하라하셈"이라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  
 
11시 44분 32초 : "매도하라 하셈"

7초 후. 

11시 44분 39초 : 김건희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 3300원에 매도 주문.

매도 주문을 한 사람은 대신증권 직원이었다. 김씨가 "매도하라 하셈"이란 문자를 민씨에게 보내고, 민씨가 다시 '누군가에게' 이 연락을 전하고, 그 누군가가 대신증권 직원에게 연락해 매도 주문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 단 7초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2022년 12월 30일 제출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종합의견서에서 이 거래를 '통정매매' 즉,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미리 정해두고 일정 시간에 서로 주식을 사고판 거래라고 판단했다. 

이 '통정'에 얽힌 사람, 그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씨(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가 있다. "임성근이 사표 낸다고 그래가지고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는 등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 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진 그 이종호씨다. 
 
 도이치모터스 공범 이종호씨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 오마이뉴스
 
등장인물

1심 공판 과정에서, 민씨로부터 매도하라는 연락을 받은 사람으로 이종호씨(블랙펄인베스트먼트 전 대표)가 지목됐다. 민씨는 '누구를 준비시킨다는 거냐'는 질문에 "이종호일 거라고 생각한다"(2022년 12월 9일 공판)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이씨가 김 여사에게 매도 연락을 한 것일까. 검찰의 결론은 '아니다'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와 김 여사 사이에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징검다리로 존재한다.  

"김건희는 김씨와·이씨가 직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사이가 아니었고, 민씨·이씨 역시 법정에서 '권오수를 통하지 않고서는 김건희와 연락할 수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권오수가 위 통정매매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2022년 12월 30일, 검찰 종합의견서)

앞서 검찰은 "이때 김건희 명의 대신증권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한 것"(2022년 12월 2일 공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 판단을 종합해보자. 김○○(매도하라하셈) → 민○○ → 이종호 → 권오수 → 김건희 → 증권사 직원 → 8만주 매도. 이 모든 과정이 단 '7초' 만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가능한 일일까.

민씨와 이씨의 공통된 진술 "7초, 불가능하다"
 
ⓒ 봉주영
 
'매도하라하셈' 문자를 받은 민씨는 7초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 : "김씨가 증인에게 '매도하라하셈' 문자를 보내고 7초만에 매도 주문이 나온다. 의문을 던지는 건, 김씨가 직접 김건희한테 연락하는 거 아니지 않나. 일단 증인한테 '매도하라하셈' 요청하고, 증인이 그걸 이씨에게 얘기했다고 하고 검찰 측에 의하면 이씨가 권오수한테 얘기하고, 권오수가 김건희한테 얘기하고, 이게 영업점단말주문이라 김건희가 다시 증권사 직원한테 전화해서 매도해야 하는 건데 이게 7초만에 이뤄질 수 있나?"

민○○ :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2022년 12월 9일 공판)

'7초 매매'건으로 김 여사에게 연락했냐는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2022년 4월 8일 공판)고 했던 이종호씨의 입장도 '불가능'으로 같았다. 이씨는 "'매도하라하셈' 보내고 단 7초만에... 시간상 가능한 일인 것 같나?"는 권 회장 변호인의 질문에 "가능한 일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불가능하다' 답변에 검찰 측은 재질의를 한다.

검찰 : "(그 날 김씨가) 11시 22분에 '준비하라'고 시켰다. 매도까지 20분이 걸렸다. 준비할 시간이 20분 있었고, 준비 시켜놓고 마지막에 매도까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구조면 문자 받고 7초만에 매도하는 거 가능한 게 아닌가."

이종호 : "7초만에 불가능할 거라고 말한 거다." (2022년 5월 6일 공판)

검찰이 지목한 '7초 매매'의 연결 고리, 권 회장은 이 거래 자체에 '관여한 바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씨에게 연락을) 부탁 받은 적도 없고 김건희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2022년 11월 4일 공판)고 말했다. 

재판부의 결론 "직접 주문낸 게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다"

증언과 증거를 종합한 1심 재판부는 '7초 통정매매'를 유죄로 판단했다.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하셈" 등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피고인 김○○으로부터 민○○, 피고인 이종호 또는 피고인 권오수에게로 차례대로 의사 연락이 이루어진 결과 제출된 주문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김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 대해서도 "문자메시지를 통한 의사 연락과 주문과 체결시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당시 권오수 또는 이종호에게 일임되었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한 계좌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다만 해당 계좌에서 직접 주문을 낸 것이 누구인지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법원은 '매도하라하셈'에서 시작해서 대신증권 직원의 매도 주문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결국 7초 통정매매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 윤석열 대통령과 하와이에 도착한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2024년 7월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이 매매에 관여한 자들은 '7초 매매'를 비롯한 다수의 시세조종 거래 등을 한 것이 인정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민씨는 별도로 진행한 재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다. 

2024년 7월 16일, 현재까지도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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