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위의 수퍼카, 도루 1위 조수행
긴 예열은 끝났다. 두산 베어스 외야수 조수행(31)이 수퍼카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며 도루왕을 향해 달린다.
조수행은 지난 11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시즌 40호 도루를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조수행의 시즌 81경기 출장. 이로써 조수행은 정수근이 갖고 있던 두산 선수 최단 경기 40도루 기록(82경기)을 갈아치웠다. 조수행은 "몰랐다. 구단에서 얘기를 해줘서 알았다.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내가 두산에서 야구를 하면서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웃었다.
조수행은 이튿날 도루 2개를 보태 42개(15일 기준)까지 추가했다. 정수근과 이종욱에 이어 두산 선수로는 세 번째로 50도루 고지가 눈 앞이다. 도루 2위 황성빈(롯데 자이언츠·36개)과도 격차가 있어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도 가능하다. 스피드도 좋지만, 슬라이딩 기술도 빼어난 덕분이다.
조수행은 "주변에서 많이들 격려해준다. 감사한 일인데 너무 많이 듣다 보니 부담스러워지기도 하한다"면서도 "나는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스타일인데, 자꾸 들으니 생각이 안 날 수는 없다.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중"이라고 웃었다.
꾸준히 선발로 나가면서 타격 능력도 향상됐다. 조수행은 2022년(0.235)과 2023년(0.219)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타율을 0.273까지 끌어올렸다. 한동안 3할대 타율을 기록하다 6월 들어 떨어졌지만, 체력 안배를 받으면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내야 안타 생산능력도 탁월하다. 기습 번트를 대고 1루에 도달하는 시간은 3.5초에 불과하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게 아니다. 성공률도 뛰어나다. 실패는 6개밖에 기록하지 않았고, 성공률도 지난해(81.3%)보다 훨씬 높아진 87.5%로 올라갔다. 10개 이상 성공한 선수 중에선 김지찬(삼성), 김도영(KIA), 황성빈에 이은 4위다.
든든한 두 명의 지원군이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과 정수성 코치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거포였지만 지난해 감독을 맡은 뒤 "1점을 내기 위한 야구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행이 그 첨병이다. 지난해 데뷔 후 가장 많은 49경기에 선발출장했고, 올해는 이미 61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정수성 코치는 조수행이 빠른 발을 살릴 수 있도록 과감성을 주문했다.
조수행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자신있게 뛸 수 있게 됐다. 도루에 성공하고 나면 자신감이 많이 붙어서 더 과감하게 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감독님이 뛰지 않으면 '왜 안 뛰냐'고 하셨다. 감사했다. 나는 루상에서 한 베이스라도 더 뛰어야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선수니까 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수행이 빛을 보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2016년 1라운드에 뽑힐 정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두산 외야진이 워낙 탄탄해 경쟁을 뚫지 못했다. 조수행 스스로도 "대졸 선수라 빠른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강점을 갈고닦은 끝에 기회를 잡았다.
대주자, 대수비로 나갈 때도 틈틈이 상대 투수들의 폼을 분석해 도루 타이밍을 연구했다. 선배들과 타격 코치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조수행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서 살아남으려고 했다. 그래서 이 정도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지난해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곧바로 탈락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투타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안정적으로 가을 야구를 향해 가고 있다. 삼성, LG와 팽팽한 2위 다툼 중이다. 조수행은 "시즌 끝까지 다치지 않고 완주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순위 싸움이 치열한데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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