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이어 황희찬까지 '정말 왜들 그래?'…코리안리거 '인종차별 수난' 계속 된다
(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를 향한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울버햄프턴의 황희찬이 연습 경기 도중 인종차별을 당했다. 울버햄프턴 구단도 성명문을 발표하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황희찬을 향한 인종차별은 16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진행된 울버햄프턴과 이탈리아 코모와의 연습 경기 도중 벌어졌다. 울버햄프턴은 전지훈련을 끝내며 마지막 연습경기를 가졌고 상대는 2024-2025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 승격한 코모였다.
경기 도중 코모 선수가 황희찬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이다.
영국 매체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의 울버햄프턴 전담 기자 리암 킨은 "울브스(울버햄프턴 별칭) 훈련 경기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망가졌다"며 "황희찬이 코모 선수를 인종차별적 모욕 혐의로 고발한 뒤 사건이 터졌고 울브스 선수들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황희찬의 동료 다니엘 포덴세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킨은 "울브스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23분 양 팀 선수들이 난입했고 포덴세가 수비수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바로 퇴장당했다"며 "두 팀의 선수와 코치들은 몇 분간 논의를 나눴고 울브스의 게리 오닐 감독은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황희찬과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오닐 감독은 황희찬에게 경기를 그만두자고 제안했지만 황희찬은 90분까지 경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경기는 90분까지 진행됐다.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황희찬은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오닐 감독은 경기 후 "차니(황희찬 애칭)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고 정말 실망스러웠다. 나는 차니와 그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그가 팀을 빼거나 스스로 물러나기를 확인했지만 그는 팀이 계속되고 필요한 일을 하기를 바랐다"며 "이상적이지 않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가 어려운 시기에 팀을 계속 이끌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가 엄청나게 불쾌한 일을 겪었음에도 팀과 함께하고 동료들이 필요한 일을 하길 바랐다"며 "차니는 괜찮을 것이고 그는 우리의 전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고 우리는 그를 데려가서 그가 괜찮은지 확인할 것이다"고 황희찬의 태도를 칭찬했다.
울버햄프턴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종차별이나 어떠한 형태의 차별도 완전히 용납할 수 없고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 울브스는 이 사건과 관련해 UEFA(유럽축구연맹)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손흥민의 인종차별 사건이 아물어지기도 전에 한국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하는 좋지 못한 일이 다시 발생했다.
손흥민이 인종차별 논란의 당사자가 된 것은 지난달 15일이었다. 토트넘 동료인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방송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eta)에 출연해 손흥민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방송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벤탄쿠르는 "쏘니?"라고 물었다.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것도 괜찮다고 하자 벤탄쿠르는 웃으며 "아니면 쏘니 사촌 거는 어떤가.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은 똑같이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이 발언이 SNS에서 논란이 되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곧바고 사과문을 올렸으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토트넘 구단이 구단 선수들끼리 발생한 좋지 않은 사건에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SNS에 2024 유럽축구연맹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 출전하는 토트넘 선수들의 게시물은 올렸으나 인종차별 관련 게시물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토트넘이 입장을 발표하지 않자 토트넘의 SNS 게시물에는 인종차별 관련 입장을 내놓으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팬들 간의 설전도 벌어졌다. 어떤 게시물에도 토트넘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은 없었다
토트넘의 이전 행보와는 달랐기에 많은 팬이 구단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손흥민이 2022년 8월 첼시와의 경기와 지난해 3월 크리스털 팰리스와 경기에서 한 팬이 눈을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을 했을 때는 토트넘은 경기 후 바로 성명문을 발표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이번에는 시간이 걸렸다.
토트넘은 5일이 지난 20일 손흥민이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에게 사과를 받았다는 내용을 올리자 구단도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
토트넘은 "인터뷰 영상에서 벤탄쿠르의 발언과 선수의 후속 공개 사과에 따라 클럽은 이 문제를 좋게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제공해 왔다. 모든 선수에게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맞춰 추가 교육이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는 주장인 쏘니(손흥민 애칭)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다고 느끼고 팀이 앞으로 새로운 시즌에 집중할 수 있게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양하고 글로벌한 팬들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료의 차별도 우리 클럽,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인종차별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밝혔다.
축구계는 경기 내외적으로 일어나는 인종차별을 막기 위해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선수들에게 교육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손흥민과 황희찬의 인종차별 사건의 경우에는 같이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이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사진=SNS, 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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