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것이 진짜 트럼프" 경고한 이유?

조슬기나 2024. 7. 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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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진짜 트럼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는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프로젝트 2025를 놓치지 말라. 그것이 진짜 트럼프"라고 경고했다. 피습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정책 운용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 2025'를 주목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로 확정된 J.D 밴스 상원의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먼저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토요일(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2024년 대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한 가지를 관찰할 것이다. 일부 정치적 우파는 이번 피습을 통해 지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그가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두 가지 주장은 "동시에 사실"이라며 이번 피습과 같은 정치적 폭력은 용납할 수 없지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강경 지지자들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노력 역시 여전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크루그먼 교수가 이번 칼럼에서 문제로 삼은 프로젝트 2025는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준비해온 일종의 정책 제안이다. 그는 "오는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이 청사진은 '보수 행정부의 첫날에 통치 의제와 적절한 인력을 모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소개했다.

현지에 이미 알려진 프로젝트 2025의 주요 골자는 수정헌법에 명기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동성애 권리를 철폐하고, 의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축소하고, 연방정부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집중시키는 내용 등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프로젝트 2025의 의제가 얼마나 급진적일까'라는 질문에 최근 논란이 된 케빈 로비츠 헤리티지 재단 회장의 발언을 언급했다. 이달 초 그는 '좌파가 협력한다면 피 흘리지 않는 혁명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두 번째 혁명'의 중심에 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주 "아무것도 모른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당수가 전직 트럼프 행정부 관리와 보좌관"이라면서 "2022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리티지 콘퍼런스에 참석해 이들이 '우리가 정확히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기초를 마련하고 세부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비꼬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1기 행정부 때처럼 세부 정책 결정을 많은 이들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면서 "프로젝트 2025는 트럼프 2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지침"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가 문제로 삼은 것은 900페이지 분량의 정책 총서에서 가장 앞부분에 있는 '정부의 고삐 잡기(Taking the Reins of Government)' 섹션이다. 그는 "반대할만한 많은 내용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맨 앞에 있다"면서 "(해당 섹션은) 기본적으로 직업 공무원 위주로 구성된 연방 인력의 상당 부분을 마음대로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는 정치적 임명자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도 국정 기조에 반발하는 공무원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스케줄 F' 행정명령을 시행하는 등 비슷한 움직임이 확인됐었다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이는 직업 공무원을 당파적 충성 주의자로 대체할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철회했으나, 프로젝트 2025는 어떤 형태로든, 아마 더 큰 규모로 이를 되돌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9세기 스포일스 시스템(spoils system, 승리한 정당이 지지자들에게 공직을 나눠주는 시스템)과 비교해 "많은 임명자는 직무 수행 경험과 역량이 부족했다"며 "끊임없는 교체는 인맥주의, 부패를 부르는 공개 초대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스포일스 시스템의 문제점이 누적된 가운데 공직 보상 요구를 거절당한 찰스 기토가 1881년 제임스 가필드 당시 대통령을 암살하자, 2년 후 등장한 것이 바로 펜들턴법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펜들턴법은) 대부분의 직원이 정치적 이유로 해고되거나 강등될 수 없는 전문직 공무원 제도를 만들었다"면서 "지금은 당파 압력으로부터 차단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강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1883년 당시 연방정부의 지출이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대에 불과했지만 오늘날 그 규모는 10배에 육박하며 규제를 통한 영향력도 엄청나다고 짚었다.

특히 크루그먼 교수는 "이제 정부의 상당부분이 정치화되는 것을 상상해보라"면서 "파렴치한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친구들에게는 보상을, 반대자에게는 처벌을 줄 것을 상상하기는 너무나 쉽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주지사가 있는 주를 돕지 않을 수 있다고 공개 발언했던 점을 기억하라고도 언급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승리하고 프로젝트 2025가 시행된다면 이런 종류의 강압이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크루그먼 교수의 경고다. 그는 나머지 프로젝트 2025 내용 역시 위협적이라며 향후 칼럼에서 다룰 것을 예고했다. 또한 "프로젝트 2025와 거리를 두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교활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떻게 될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독자들이 주시할 것을 강조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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