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in]자리잡은 통일부, 때아닌 리더십 교체 '술렁'
조직정비 지휘한 차관 교체로 뒤숭숭
젊은 만큼 짧은 이력, 기대반 걱정반
최초의 여성 차관, 40대, 외부 인사. 세 가지 키워드가 통일부를 강타했다. 대규모 개편을 거쳐 재정비한 조직이 자리를 잡아가던 차에 갑작스러운 리더십 교체로 당황스러운 분위기다. 대통령실 인사 시기에 맞물린 구색 맞추기란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 전인 15일 통일부 차관에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을 내정했다. 문승현 차관은 차기 주프랑스대사로 낙점받아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취임했으니 1년하고도 보름 만이다.
가까스로 안정기 접어들었는데 또 파격 인사?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 인사는 통일부보다 대통령실 개편에 맞물린 결과다. 문승현 차관은 외교무대로 복귀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폐지론이 나올 정도로 입지가 흔들리던 시기에 문 차관이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이제 그 소임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용산에서 대변인 교체를 고심하던 것과 맞물렸다는 것이다. 통일비서관을 지낸 김 내정자의 이력, 지난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이 커다란 호평 속에 마무리된 것 모두 구색을 갖추기에 좋았다.
통일부는 얼떨떨한 분위기다. 통일부는 지난해 81명 감축 등 잇따른 개편으로 부침을 거듭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 2월 80명 감축 이후 가장 큰 '수술'이었다.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선 외교부 시절부터 '그립력'이 강하다고 정평이 난 문 차관의 역할이 컸다. 직원들 사이에서 '월화수목금금금'이라 불릴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통일부는 '북한인권' '통일담론' 등 영역을 구축했고, 다시금 대북 부처로서 입지를 다졌다. 직원들의 사기는 지난 주말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서 정점을 찍었다. 대통령이 주관하고 장관들이 집결하는 범정부 행사를 통일부가 단독으로 주도하고 연출한 건 처음이었다. 이런 기념비적 행사를 마친 다음날 리더십 교체가 발표됐으니, 직원들이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김수경 내정자는 1976년생으로,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한 뒤 4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다. 유학길에 올라 2013년 9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로 인권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시절 2018·2020 북한인권백서 집필에 참여했고, 2021년 3월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지난해 7월 국가안보실 통일비서관에 발탁된 뒤 그해 12월 대통령실 대변인 자리에 올랐다. 다시 7개월 만에 영전하는 이력만 놓고 보면,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첫 대통령실 대변인을 거쳐 외교부 2차관에 임명된 강인선 차관과 유사한 코스를 밟고 있다. 이번에도 내부 발탁이 아니란 점은 용산에서 아직 통일부를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젊은 리더십' 증명해야…'인사 적체' 손댈까
통일부 안팎에선 김 내정자가 조직을 어떻게 장악하는지가 첫 번째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근무로 다져진 정무적 감각 등은 강점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대통령실에서만 공직사회를 경험했다는 게 변수다. 공직사회 문화나 수백명을 거느린 조직을 실제로 통솔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 물음표가 달린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과제를 받아 수행하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즉 을(乙)의 입장에서 단번에 인사권자 자리로 뛰어오른 셈이니 통일부 고위 간부들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젊은 만큼 짧은 이력도 과제다. 김 내정자는 '북한인권 전문가'로 소개되지만, 고려대 국제대학원 연구교수로 재직한 시기부터 따져도 통일비서관 발탁까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만 48세로 지금 차관보다 열두 살 젊다. 공직사회 잔뼈가 굵은 실·국장들 모두 그보다 연장자란 점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거침없는 추진력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6년 1월 통일부 장관에 발탁된 이종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도 지금의 김 내정자와 같은 나이였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조직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장악하는 건 경험에서 나오는 역량인데,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관건"이라며 "일하는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고질적인 인사 적체에 메스를 댈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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