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치는 물바다 경기장서 축구…"계속 싸워야했다" 홍콩 발칵
홍콩 여자 축구 대표팀이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를 치러 안전 우려가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4일 홍콩 FC(HKFC) 경기장에서 홍콩 여자 축구 대표팀과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홍콩 기상당국이 일찍이 뇌우 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이날 하프타임 직후부터 경기장 잔디엔 빗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미드필더 푸 치우만이 심각한 충돌 사고를 당해 구급차에 실려 나가는 등 상황이 악화했지만 주심은 경기를 끝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전반 5분 선제골을 홍콩 와이위엔팅은 "드리블이나 패스를 할 수 없었다"며 "공이 왔을 때 걷어내려고 했지만, 눈앞에서 공이 멈췄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홍콩은 전반전을 4-0으로 앞선 채 마쳤다. 리카르도 람보 홍콩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폭우로 인해 악화한 경기장 상황에서 선수들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어느 순간 번개가 쳐 상당히 걱정됐다"며 "심판은 '경기를 계속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안전이고, 다음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모치즈키사토루 감독도 "상황이 어떻든 선수들은 계속 싸워야 했다"며 "우리는 결정을 바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콩은 지난 11일 진행된 인도네시아와 첫 번째 경기도 홍콩 FC 경기장에서 치렀다. 이에 홍콩 축구협회가 여자 대표팀 홈 경기에 천연 잔디 구장을 제공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문이 나왔다.
람보 감독은 "모든 선수가 천연 잔디 구장을 선호한다"며 "홍콩 리그 팀들은 인조 구장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선수들도 잔디 구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남자 클럽도 구장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현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오늘 잔디 구장에서 경기했다면 경기는 10~15분 만에 끝났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공이 굴러가지 않더라도 끝까지 경기했다"며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항상 선수들을 더 잘 발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축구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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