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감독과 면담→반등 성공, '7월 타율 0.469' 최원준의 미소 "이제 즐겁게 야구합니다"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면담 효과'가 성적으로 나타났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이 이범호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원준은 16일 현재 85경기 283타수 85안타 타율 0.300 4홈런 35타점 1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95를 마크 중이다. 주로 9번타자로 출전하면서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때로는 2번과 7번타자로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최원준은 4월까지 30경기 108타수 36안타 타율 0.333 3홈런 16타점 11도루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5월 들어 타격감이 떨어졌고, 그 흐름을 6월까지 이어갔다. 팀과 선수 모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2할7푼대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다시 3할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28일 광주 키움전부터 7월 14일 광주 SSG전까지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최원준의 현재 7월 성적은 9경기 32타수 15안타 타율 0.469 5타점이다.
최원준은 사령탑과의 대화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았다. 이 감독은 "본인이 단순하게 생각을 좁힌 것 같다. 본인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이나 체력적으로 힘들 땐 컨디션 조절도 해야 하는데, (최)원준이는 모든 걸 해야 한다는 성격"이라며 "대화를 통해 본인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을 비우고 편하게 하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잘하려는 마음도 크고 욕심도 많았던 최원준
그렇다면, 최원준은 사령탑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13일 광주 SSG전을 앞두고 만난 최원준은 "감독님께서 '네가 잘하려는 마음도 크고 욕심도 많은데,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정말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셨다. 스스로는 팀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께서 '너무 잘하고 있고, 네가 잘하고 있으니까 팀도 1위야'라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다"며 "지난해 감독님께서 타격코치를 맡으셨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안 좋았던 것에 대해서도 조언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최원준이 부담을 느낀 이유는 바로 입대 직전 시즌의 성적 때문이었다. 그는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21년 143경기에 출전해 589타수 174안타 타율 0.295 4홈런 44타점 40도루 OPS 0.742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7경기 239타수 61안타 타율 0.255 1홈런 23타점 13도루 OPS 0.672로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원준은 "입대 전에는 170안타를 쳤는데, 개인적으로는 타율도 그렇고 출루율이 아쉽다고 느꼈다. 그래서 출루를 위해 많은 공을 보려고 연습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돼서 더 안 좋아졌더라. 쳐야 하는 공도 치지 않고 확인하다 보니까 감독님께서 '떨어지는 변화구나 노리던 공이 헛스윙을 해도 괜찮으니까 자신 있게 돌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그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구도도 최원준에게 큰 짐이 됐다. 그는 "프로 선수라면 누구든 경기에 나가길 원하는 게 당연한데, 그 욕심이 너무 과했기 때문에 자신을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무조건 경기에 출전해야 하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다. 야구를 즐겁게 해야 하는데, 즐기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했던 대로 안타를 비롯해 많은 출루를 만드는 중이다. "초반에는 공을 계속 지켜보다 보니까 투수들도 '이 선수는 잘 안 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쉽게 승부했기 때문에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면서 볼넷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었다. 최근에는 공격적으로 스윙을 돌리다 보니까 투수들도 안 맞으려고 공을 존 바깥으로 던지니까 카운트가 유리해지고, 출루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짚었다.
자신감도 올라왔다. 최원준은 "감독님께서 즐겁게 야구하면 팀에 마이너스 되는 요인보다 플러스 되는 요인이 훨씬 많으니까 굳이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그래서 최근에는 잘 맞은 게 잡혀도 그냥 웃고, 또 실책을 범하더라도 최대한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아쉬움 털어낸 최원준, 타순은 신경 쓰지 않는다
팀이 부침을 겪던 6월 말부터 타격감을 끌어 올린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최원준은 "돌이켜 보면, 내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후배들이나 형들이 너무 잘한 덕분이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며 "형들이나 코치님들께서 '네가 팀에 도움이 될 시기가 올 테니까 그때까지 할 수 있는 걸 놓치지 않고 꾸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이야기가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이어 "사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2~4일 대구)부터 좀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가장 좋았던 2021년에 타석 위치나 연습 방법 등을 그대로 가져갔는데, 내가 원했던 타구들이 나오더라. 스스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범호 감독은 당분간 상대 선발이 수준급 좌완일 때를 제외하고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최원준을 각각 1번과 2번에 배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출루 능력이 뛰어난 두 선수를 전진 배치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사령탑의 의도다.
최원준은 "솔직히 어느 타순에 있어도 상관없다. 그냥 경기에 나가는 게 좋고, 야구를 하는 게 즐겁기 때문에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좋다. 타순은 감독님께서 정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난 거기에 맞춰서 가는 거라 부담은 없다. 팀도 1위에 있다 보니까 그냥 재밌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체력 관리에 부담을 느낄 법도 하지만, 최원준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시즌 초반과 막바지보다 오히려 지금이 너무 좋다. 내 입으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내게 다른 사람들보다 체력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감독님도 '원준이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데, 체력적으로 좀 덜 힘든 부분이 있다. 땀도 잘 안 난다"고 설명했다.
또 최원준은 "트레이닝 파트에서 정말 세심하게 관리해 주시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감독님께서 시즌 초반에 체력 관리에 신경 써 주신 것도 있다. 그때 체력을 비축한 게 지금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며 "집에선 아내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줘서 힘이 난다"고 미소 지었다.
▲최원준이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고 얘기한 이유는
사령탑을 비롯해 선수단 전원이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중이다. 2017년 V11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KIA는 팬들과 함께 웃으면서 가을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최원준의 생각도 똑같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내가 우승하면 두 번째 우승이라고 생각할 텐데, 내게는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2009년에는 팬으로서 우승을 경험했다. 아버지께서 워낙 야구를 좋아하셨다"며 "2017년에는 벤치 멤버로 우승을 맛봤는데, 그래도 주전급 선수가 돼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뭔가 낭만이 있을 것 같다. 내가 꿈꾸는 낭만이 그런 것이고, 그렇게 세 번(팬, 벤치 멤버, 주전급 선수로) 우승한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원준은 "끝날 때 1위에 올라야 진짜 우승하는 것 아닌가. 지금 1등이라고 해도 따라잡힐 수 있는 게 야구다. 또 최하위가 1위를 잡을 수 있는 게 야구다.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순 없지만, 지고 싶은 선수는 없다. 모두가 우승을 원한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하나의 목표만을 생각한다면 팬분들도, 선수들도 행복한 날이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진=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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