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엔진 1위’ HD한국조선, 3위 STX중공업까지 품었다

공정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3년간 공급거절·가격인상 금지

정희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 1위 사업자인 HD현대중공업의 STX중공업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5일 HD현대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5년간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 점유율이 60~70%인 HD현대중공업의 모회사다. STX중공업은 같은 기간 자회사인 한국해양크래크샤프트(KMCS)를 통해 0~10%의 점유율을 기록한 3위 사업자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이 선박용 엔진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선박용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 공급 문제 때문이다. 국내에서 크랭크샤프트를 생산하는 업체는 HD현대중공업과 KMCS, 두산에너빌리티뿐이다. 그동안 선박용 엔진 시장 2위 사업자인 한화엔진은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KMCS(20%)와 두산에너빌리티(80%)에 의존해왔다.

문제는 HD현대중공업의 품에 들어간 KMCS가 한화엔진에 제품을 공급하기 거절할 경우 발생한다. 한화의 생산에 차질이 생겼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기업은 HD현대중공업이 된다.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에 달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상황을 고려하면 대체 물량 확보도 여의치가 않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에서 KMCS가 향후 3년간 경쟁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수 없도록 조건을 걸었다. 물가 인상 수준을 초과하는 과도한 가격 인상이나 이유 없는 납기 지연도 금지했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필요 시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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