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다빈 “유튜브 콘텐츠, 3초 만에 결정… 덜어내는 미덕 필요해” [2024 K포럼]
김지혜 2024. 7. 16. 05:45
“K콘텐츠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트렌드를 캐치하는 능력도 빠르고 누구보다 ‘재미’에 진심이죠. 옆에서 따라 하고 싶은 매력이 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945만 명을 보유한 가수 겸 크리에이터 차다빈은 ‘K콘텐츠’가 글로벌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차다빈은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해 약 4년 만에 구독자 1000만 명 달성을 앞두고 있는 대형 크리에이터다.
차다빈의 주된 콘텐츠는 ‘노래 커버 영상’이다. K팝부터 팝송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다국어로 노래를 커버해 탄탄한 외국인 팬층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외국 팬들의 ‘K팝 커버 영상’ 요청이 많아졌다”면서 “블랙핑크, 베이비몬스터, 뉴진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걸그룹들의 요청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다빈은 일간스포츠와 이코니미스트 공동 주최로 오는 1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K 메이커스 : K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열리는 ‘2024 K포럼’에서 축하 공연을 펼친다.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솔로곡 ‘언룩’(Unlock)과 신곡 ‘낫 쏘리 폴 유’(Not sorry for you) 무대를 선보인다.
차다빈은 크리에이터로 자신이 콘텐츠를 만들어 가수로 입지를 다졌다는 점, 그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는 점 등이 ‘K 메이커스 : K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이번 포럼의 주제와 맞아떨어져 축하공연 가수로 초청을 받았다.
차다빈은 지난 2023년 6월에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했고, 한달마다 약 200만 명의 구독자가 늘었다. 이런 기하급수적인 상승세에는 차다빈의 ‘다국어 콘텐츠’가 큰 몫을 했다. 그가 8개 국어로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를 커버한 숏폼 영상은 15일 기준 좋아요 162만개, 조회수 4000만 회를 넘어섰다. 차다빈은 “구독자 중 외국인 비율이 60~70%다. K팝의 매력도 알리고, 구독자들도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다국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장세가 무섭다 보니 기업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현대차의 연말 캠페인송 ‘위시’의 커버곡부터 영화 ‘헝거 게임’ OST 커버곡, 지난 2월에는 애니메이션 ‘마왕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OST 첫 번째 주자로 선정됐다. 차다빈은 유튜브 녹음부터 영상 촬영, 편집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한다. 정말 피곤한 날이라도 숏폼 정도의 영상 2개는 만든다고 밝혔다. 하루에 최소 4시간은 유튜브에 쓰는 셈인데, 직접 영상을 기획하고 만들다 보니 본인만의 ‘꿀팁’이 생겼다. 바로 ‘덜어냄의 미덕’이다.
“‘콘텐츠의 바다’ 유튜브 산업에서는 3초 만에 사람들의 스크롤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흥미를 끄는 섬네일로 클릭까지 성공했다면 다음은 시청 지속 시간을 늘리는 겁니다. 본격적인 ‘수익화’를 위한 단계이기도 하죠. 저는 노래 3분 중 흥미로운 부분만을 선별하는 시간을 꼭 가집니다. 덜어낼수록 구독자는 계속 보고싶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래’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지닌 차다빈은 지난 2023년 6월 첫 싱글을 발매하고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크리에이터와 가수 두 개의 직업을 가진 그는 “구독자 1000만 명을 달성해서 다이아 버튼을 받고 단독 콘서트를 열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당찬 포부 뒤에는 아픔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꿔오며 여성 듀오 연파랑 멤버로 활약했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없어지면서 유튜버 세계에 뛰어들었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든 것이다.
“어릴 적 동방신기를 보며 가수를 꿈꿔왔고, 부모님의 반대를 이겨내고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어요. 대학 선배와 여성 듀오 ‘연파랑’으로 활동하며 지방 공연을 한창 다니기도 했죠. 그렇게 이름 좀 알리려나 했는데 하필 코로나가 터졌어요. 막막하던 시기에 ‘유튜브라도 해보자’ 결심했죠. 그때가 2019년이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과거의 저에게 ‘참 잘했다’고 박수쳐주고 싶어요. (웃음)”
차다빈은 크리에이터로서 ‘지속 가능한 콘텐츠’ 만들기가 오래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유튜브 산업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냥 가볍게 노래한 영상이 조회수 1억 뷰를 찍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면서 “정해진 답은 없다.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구독자 반응을 살펴보는 것, 반복적인 루틴 속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터에게 실시간 조회수, 좋아요 수, 댓글은 성적표나 다름없어요. 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방에 틀어박혀서 엉엉 울기도 했죠. 수많은 노래 커버 영상을 만들면서 몸소 느낀 건 K콘텐츠 중 음악은 다른 콘텐츠보다 오래 잔류한다는 거에요. 유행이 지난 노래는 없어요. 옛날 노래라도 ‘차다빈스럽게’ 기획하고 편집하는 게 구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불안했던 과거를 단단한 지금으로 만든 건 오로지 스스로가 노력한 덕분이다. 현재 그는 가수의 꿈도 다시 키워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겨울과 잘 어울리는 발라드로 돌아오겠다고 밝히면서 “가수, 크리에이터로서 다방면에서 활약할 차다빈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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