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에 수십만원…1000년 이어온 '왕의 수박' 명맥 끊길 판, 왜 [위기의 국민작물]
하동 녹차, 무등산 수박, 광양 매실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지역 특산품도 위기를 맞았다. 청년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농사지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특산품은 일반 농산물과 달리 농법이나 기술이전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힘들다 보니 그나마 농촌에 남아있는 젊은이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1200년 역사 ‘왕의 차’…농가 절반 ‘증발’
하동군에 따르면 이 지역 녹차 재배 농가는 2012년 1918가구에서 지난해 1050가구로 감소했다. 이 기간 무려 868가구(45.25%)가 녹차 농사를 접은 셈이다. 같은 기간 재배 면적도 1042㏊에서 328㏊(31.47%)가 사라진 714㏊로 집계됐다.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2016년 2058t에서 지난해 1252t으로 반 토막이 났다.
녹차는 수확기가 되면 일꾼을 대거 동원해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한다. 녹차밭이 있는 산비탈을 오가며 일해야 하는 중노동이다. 하동 녹차 재배지의 90%(645㏊)는 지리산 자락 화개면에 집중돼 있다.
숙련 일꾼 고령화…“일손 부족해 농사 접어”
외국인 근로자 등 비숙련자는 숙련자 하루 수확량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해 “인건비 대비 손해”라는 말도 나온다. 화개면 이장협의회장(전 하동차생산자협의회장)인 김태종씨는 “녹차는 수확기가 한 달 정도로 짧아서, 외국인 등 비숙련자는 일을 배울 만하면 그만둔다”며 “숙련된 일손을 못 구해 녹차 재배를 접은 농가도 많다”고 했다.
그는 “산비탈에 녹차밭이 몰려 있어 기계를 쓰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하동 차의 특징은 수제 차여서 (일부 수출용을 제외하면) 손으로 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통에 수십만원인데…‘왕의 수박’ 농민 포기↑
하지만 정작 재배 농가가 줄면서 그 명맥이 끊길 위기다. 2000년 무등산 수박 재배 농가는 30가구였다. 20여년이 흐르면서 지난해 8가구로 급감했다. .
무등산 수박은 농사짓기가 쉽지 않고 생산량이 불안정한 탓에 재배하겠다고 나서는 농부가 드물다. 한 번 경작하면 지력(地力)을 잃어 매년 재배지를 바꿔야 한다. 3년이 지나 땅의 영양분이 회복돼야 같은 장소에 다시 심을 수 있다. 햇볕이 너무 강하거나 일조량이 너무 부족해도 안 되고, 화학 비료가 아닌 유기질 비료나 완숙한 퇴비만 써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작은 상처에도 ‘빈 수박’…재배가 까다로운 무등산 수박
문광배(52) 무등산수박생산자조합 총무는 “일반 수박처럼 이상기후에도 잘 자라는 종자를 개발해야 다른 농부도 재배에 참여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젊은 농부에게 재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야 무등산 수박의 1000년 역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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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실 농가도 감소
전남지역 대표 특산품인 광양 매실 재배 면적도 감소하고 있다. 광양 매실 농가는 2019년 4095가구에서 지난해 3468가구로, 최근 4년 사이 15%(2633t) 감소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매실은 묘목 심기부터 수확까지 대부분 과정을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라며 "이 때문에 젊은 사람이 외면하는 대표적인 농산물"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하동=황희규·안대훈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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