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말" 임성근 구명 부인한 '멋쟁해병'…공수처 과제 커졌다
" (김용현 경호처장을 배후로 말한 통화녹음은)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전달한 것뿐입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정보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게 아닙니다.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씨는 1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진실이 밝혀지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 부르면 당장 내일도 출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 6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익신고자인 A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의 중심 인물을 묻는 A씨에게 “야 이게 김용현(경호처장)이래, 김용현”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임성근 구명 로비설’의 발원지인 ‘멋쟁해병’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5인 중 한 명으로, 해당 단톡방을 주도해 만들기도 했다.
“허풍떤것”…구명로비 부인하는 ‘멋쟁해병’
임 전 사단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자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인 이모씨를 통해 대통령실에 구명 로비를 펼쳤다는 이 의혹은 A변호사와 이씨와의 통화 녹음이 공개되며 제기됐다. 해당 통화 녹음에서 이씨는 A변호사에게 “임성근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가지고 OO(송모씨)이 전화왔더라고. 그래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말한다.
이씨는 이 VIP 언급을 두고 중앙일보에 “‘VIP에 얘기하겠다’는 대목은 송씨의 문자를 읽은 것(지난 10일)”이라고 해명했다가 “VIP란 표현은 문자엔 없었는데 내가 허풍을 떨며 부풀려 말한 것(11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중앙일보가 송씨로부터 “문자에 VIP란 표현을 쓴 적 없다”고 확인한 뒤였다. 송씨는 중앙일보에 “‘임장군 (사의 표명했다는) 기사 봤네. 섣부른 판단이나 나쁜 생각하지 마세. 선배가 응원하네’가 메시지 내용의 전부다. VIP는 언급한 적 없으니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최근엔 멋쟁해병 단톡방 속 언급된 ‘삼부’와 관련한 의혹도 불거졌다. 단체대화방 일원들이 이씨의 주도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삼부토건 주식에 투자했고,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내용이다. 앞서 공개된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내용을 보면 이씨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지난해 5월 14일)”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씨는 이에 대해 “골프장 야간시간대를 뜻하는 3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고, 해병 출신으로 대화방에 속한 사업가 최모씨도 “그건 골프 이야기다. 삼부토건 주식은 사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경호처 출신인 송씨 또한 “최근 10년간 주식은 매매한 적도 없고, 그런 걸 할 돈도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단체대화방에서 ‘삼부’가 언급된지 이틀 뒤인 지난해 5월 16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이 한국에 방문해 윤 대통령 부부와 만났다. 이후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재건 계획을 연달아 발표하며 삼부토건은 ‘재건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7월 15일 삼부 토건의 주가는 5500원으로 이씨가 “삼부를 체크하겠다”고 한 5월 15일(1012원)에 비해 5배 이상 뛰었다.
논란이 이어지며 ‘임성근 구명 로비설’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산적한 과제를 맞게 됐다. 기존에 수사를 진행하던 ‘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에 더해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및 과실치사 혐의와 로비설까지 사건의 외연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최근 공수처에선 구명 로비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공수처 검사가 이씨의 변호사였단 점이 드러나 회피 신청을 했다. 공수처 차장 직무대행을 맡아 수사 실무를 총괄했던 송창진 공수처 수사2부 부장검사도 이씨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어 공수처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보고라인을 재정비하고 있다.
공수처는 A씨로부터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등을 제출받아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다.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녹음파일에 등장한 인물들의 조사가 불가피한 만큼, 이씨와 송씨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양수민‧정진우‧석경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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