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근 목사의 묵상 일침] 충성된 증인으로 살라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 중 세 번째로 등장하는 버가모 교회가 위치한 곳엔 제우스 신전을 비롯한 여러 신전이 있었고 황제 숭배가 성행했던 도시였다. 말 그대로 교회로 버티고 살아남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곳이었다.
예수님은 이곳을 가리켜 ‘사탄의 권좌’가 있는 곳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교회를 핍박하던 로마 제국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충성스러운 증인 ‘안디바’가 그곳에서 순교했음을 언급하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버가모 성도들이 이러한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음을 칭찬하신다.
하지만 버가모 교회도 예수님의 책망을 피하지 못했다. 그들의 문제는 ‘발람의 교훈’ 곧 ‘니골라당의 교훈’을 따르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발람은 구약성경 민수기에 등장하는 유명한 거짓 선지자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 여인과 음행해 우상숭배에 빠지도록 만든 장본인이었다. 따라서 발람의 교훈으로 불리는 니골라당의 교훈이란 우상숭배 그리고 음행의 문제와 관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다.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았던 성도들이 어떻게 거짓 교훈에는 그리 쉽게 넘어갔던 것일까. 우리는 여기서 우상숭배의 본질을 발견한다. 우상숭배의 유혹은 교묘히 파고든다. 전체를 부정하는 싸움은 식별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는 식의 유혹은 분별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순교까지도 감당하겠다고 나서는 용감한 자라도 교묘한 유혹에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신앙생활의 어려움은 전선이 분명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오늘날 교회도 여러 우상과 세속적 가치관의 유혹이 넘실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질주의 개인주의 쾌락주의 등 복음의 가치와 상충하는 가치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유혹한다. 자신만만한 신앙생활이란 없다. 우리는 끝없는 겸손으로 주님만을 의지해야 한다. 선 줄로 생각하는 자일수록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전 10:12)
예수님은 버가모 교회를 향해 이런 유혹들 앞에서 분별력을 잃지 말고 충성스러운 증인으로 살라고 촉구하고 계신다. 주님의 경고는 단호하다. 당장 돌이키라는 것이다. 회개하지 않으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겠다고 하신다. 예수님은 ‘좌우에 날 선 검을 가진 분’으로 묘사된다. 성경에서 검은 주로 하나님의 말씀을 상징한다. 또한 검이 가진 법정적 이미지는 예수님이 이 땅의 최종적 심판자이심을 부각한다. 주님은 그 말씀의 검을 가지고 온 세상을 심판하실 것이다. 진리의 말씀 앞에 견뎌 낼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지금 돌이켜야 한다.
한편 예수님은 이기는 자에게는 ‘감추었던 만나’와 ‘흰 돌’을 상급으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만나는 하나님이 광야 이스라엘 백성을 매일 먹이셨던 양식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궁극적인 공급자이심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하늘에서 내린 생명의 떡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주님은 우상 숭배의 제물로 배를 불리지 않은 이들만이 영원한 양식을 누릴 것이라 말씀하신다.
함께 약속된 흰 돌에는 ‘새 이름’이 기록돼 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새로운 정체성을 의미한다. 새 이름은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받는 백성이요 성도임을 확증해준다. 또한 성도들이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확증이 흰 돌에 담겨 있다. 주님의 두 가지 약속은 성도를 향한 하나님의 끝없는 돌보심을 나타낸다.
사탄의 권좌가 천하를 호령하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고 주님은 말씀하신다. 최종 승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들의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비록 현실은 광야 길과 같이 시련과 유혹으로 가득하다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영원한 보호자요 공급자이신 주님이 계시다. 주님을 겸손히 의지함으로 충성스러운 증인으로 살아가길 소원한다.
(삼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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