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년연장, 무엇이 최선인가

2024. 7. 16. 00: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2차 베이비부머(1964~1973년생) 954만 명이 법적 정년인 60세 진입을 시작했다. 전체 인구의 19%에 달하는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면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1일 ‘한국은 업그레이드된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고령 인력 활용을 권고하고, 그 방안으로 정년 폐지를 고려하되 전제로 유연한 임금체계 도입을 제시했다.

OECD는 우리 경제와 노동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짚었다. 고령 인력 활용 없이 성장은 난망하다. 특히 우리나라 고령층은 교육 수준이 높은 숙련 인력으로 경제활동 참여 의지도 강하다. 55세 이상 인구의 70%가 장래에 일을 더 하고 싶어 할 정도다.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3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그런데 55세 이상 65세 미만의 고용률은 66.3%로 일본 76.9%, 독일 71.8%에 한참 못 미친다. 노인이 돼서도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일할 수 있는 시기에 일찍 은퇴하는 사람도 많다는 말이다.

이런 역설적인 현상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이다. 1·2차 노동시장 간 격차가 매우 크고 고착화돼 있다. 임금과 복지는 말할 것도 없고 노동조합 조직률도 비교가 안 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50%에 달하나 100인 미만 사업장은 2%가 안 된다. 두 노동시장 간 이동도 막혀 있다. 중소영세업체는 근로조건이 열악하니 이직이 잦고 일할 사람도 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75%인 1890만명이 100인 미만 사업체에 근무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370만명에 불과하다. 55세 이상 65세 미만 고용률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정하는 현장의 정년 연령은 구인난을 겪는 중소업체가 높다. 사업체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 연령은 60.2세이나 300인 미만 사업장은 61.5세다. 또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60.1세이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61.8세다. 정년 이상의 고용에 대해 대기업과 노조 있는 사업주는 부담을 가지고 있는 반면 중소업체와 노조가 없는 사업주는 오히려 정년을 자발적으로 늘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법정 정년 연장은 또다시 대기업 정규직에게 혜택이 간다는 이야기다. 현행 임금체계에서 정년 연장을 강제하면 기업은 그만큼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청년들에게 치명적이다. 청년 고용 상황은 지금도 암울하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5만8000명 증가했으나 20대는 13만5000명 감소했다. 20개월째 감소세다.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쉰다는 20대는 42만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명(10.3%) 늘었다.

대기업이 신규 채용은 물론이고 수시채용마저 줄이는 상황에서 최근 현대차 노사는 정년퇴직 후 1년 더 일하는 숙련재고용제 고용 기간을 2년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고용 연장의 좋은 사례라지만 이로 인해 신규 채용을 줄인다면 취업준비생의 시름은 깊어질 것이다. 베이비붐 이전 세대가 희생과 인내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과실수를 심었다면 베이비붐 세대는 거기에 열린 과실을 따먹었다. 지금 청년세대는 얼마 남지 않은 과실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자리와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미래 노년 부양도 부담해야 할 처지다. 이들이 특권처럼 존재하는 노동지대에 막혀 좌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달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노사정이 참여한 가운데 정년 연장 문제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하고 있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최선의 대안을 찾기 바란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