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여러분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김나래 2024. 7. 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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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26일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던 날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를 시작하며 던진 인삿말이다.

행사는 정부가 국민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시대가 됐음을 선언하는 자리나 다름없었다.

사실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각종 조사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 기조 변화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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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사회부장


“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26일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가 출범하던 날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를 시작하며 던진 인삿말이다. 행사는 정부가 국민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시대가 됐음을 선언하는 자리나 다름없었다. 윤 대통령은 “정신질환도 일반 질환처럼 치료할 수 있고,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기 내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사실 국민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각종 조사가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정책 기조 변화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27.8%다.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이나 불안 등 문제를 겪는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부가 정책 전환을 선언했지만, 최근 한 제보로 시작한 국민일보의 보호입원제도 관련 시리즈 기사를 준비하면서 마주한 우리 사회의 편견은 훨씬 더 뿌리가 깊었다. 시리즈의 첫 시작은 금전 문제와 이혼 등을 이유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제도를 악용한 사례 제보였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관련 제도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특히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과 그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제도 자체의 문제와 그 제도를 가능케 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크게 보였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여전히 위험하고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할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편견 말이다.

한국은 가족에 의한 인신 구속이 가능한 제도를 허용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에 대한 돌봄 책임을 가족에게 오롯이 떠넘긴 나라이기도 하다. 제철웅 한양대 로스쿨 교수는 “정신질환자는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이 불법적인 인신 구속을 암묵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며 “폭력적인 제도 속에서 정신질환자들이 치료 효과도 없는 강제 입원을 당하게 되면 또 다시 정신질환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꾸준히 정신건강 복지 이슈에 목소리를 낸 ‘정신건강복지혁신연대’도 정신질환을 사실상 ‘사회가 가둔 병’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같은 제목의 소책자를 통해 한국의 정신건강 복지 문제를 조목조목 짚는데, 무엇보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갈 사회적 지원이 거의 없다고 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서도 사회적 편견에 대한 우려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조사에서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지난해 같은 조사 당시 39.4%에서 50.7%로 올랐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훨씬 악화했다는 얘기다.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란 책을 번역한 의사 강병철씨는 사람들이 암이나 백혈병에 걸린 사람을 대할 때와 ‘조현병’을 앓는 이나 그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이야기한다. 그 자신 역시 “의사로서 정신질환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생물학적 우연으로 발생하는 병이며, 사회적 낙인이야말로 환자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말이다.

이들이 말하는 해법의 방향은 하나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병원에 장기 입원 등으로 격리되기 전에,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잠시 머물며 치료받을 시설을 만들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며, 치유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사회적인 편견을 거두고 지원을 시작해야 할 때다.

김나래 사회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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