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글로벌 기업 탐구] 혁신지상주의 구글, 수익·안정성까지 추구 ‘양손잡이 경영’

2024. 7. 1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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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CEO리더십 변화… 찬반논쟁

페이지·브린, 대학 토론처럼 경영
피차이시대 기업규모·가치 급성장
안정지향 경영에 기회실종 비판도

‘혁신이 대기 속에 퍼져 있다’고 할 정도의 실리콘밸리 기업들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혁신기업은 구글일 것이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 현재 구글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혁신지상주의 기업이 아니며 오히려 위험회피와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의 결과 구글의 최근 경영성과는 급속히 개선돼 세계 5대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구글의 경영방식 변화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치열한데 그 핵심은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다.
혁신지상주의 CEO팀과 초기 성장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홈페이지

1998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조직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창업한 구글은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출발했다. 구글은 당시 급발전하던 인터넷 검색에 ‘페이지 랭크’ 기술을 적용해 기존 업체들의 한계였던 스팸링크를 걸러냄으로써 검색의 부가가치를 고도화해 야후 등의 선발 주자들을 추월했다. 또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일반적인 클릭 기준이 아닌 노출빈도 기준으로 광고료를 받는 방식으로 선두로 나섰다.

기업 경험이 전무했던 둘은 대학처럼 구글을 경영했다. 학문 연구처럼 엔지니어들의 전문성과 자발성에 의존해 혁신을 시도했으므로 구글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항상 엔지니어들이었다. 또 개방적 토론을 위해 잘 알려진 ‘TGIF(Thank God, It’s Friday!) 미팅’을 고안했다. 마치 대학 세미나에서 논문 발표와 토론을 통해 함께 연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처럼 모든 구성원이 매주 금요일에 회사 관련 모든 사항을 공개 토론했다.

그러나 페이지와 브린은 만성적자 등으로 자신들의 한계를 절감하고 2001년에 노벨소프트웨어 CEO였던 에릭 슈미트를 최고경영자로 스카우트하고 자신들은 기술담당 사장과 상품담당 사장을 맡았다. 이들 간에 일종의 멘토관계가 형성되며 전 세계 하이테크 산업의 판도를 바꾼 환상적인 ‘혁신지상주의 CEO팀’이 탄생한 것이다.

3각 윈윈 전략 통한 급성장과 조직관리

2대 CEO인 에릭 슈미트. 구글 홈페이지

슈미트가 취임하면서 구글은 사용자와 광고 스폰서, 그리고 구글의 3자가 모두 정보를 기반으로 이익을 얻는 3각 윈윈 전략으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확보했다. 즉 구글이 크롬 등 검색 서비스를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광범위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다양한 광고 스폰서들이 이 사용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광고를 링크하는 대가로 구글에 광고료를 지급하는 선순환 구조였다. 구글은 사용자들과의 연결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크롬, 구글맵스, 지메일, 구글북스, 구글닥스 등의 서비스들을 계속 개발하고 이 서비스와 광고 서비스를 연동시키며 지속적 성장을 추구했다.

구글식 조직관리는 혁신을 저해하는 관료화를 철저하게 거부하는 것이 특징인데, 예를 들면 신중하고 철저한 계획과 절차를 강조하는 대부분 기업과 달리 구글은 조직변화를 단 하루 만에 신속하게 완료할 것을 요구했다. 급변하는 하이테크 환경에서 관료화된 조직변화는 타이밍을 놓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일주일 중 하루는 구성원 각자의 혁신 아이디어를 자율적으로 시도해보도록 지원하는 ‘20% 법칙’도 혁신지향적인 조직관리의 예다.

지주회사 알파벳 체제로의 전환

2011년에 슈미트를 이어 페이지가 CEO가 되면서 구글은 창사 이래 최대의 조직변화를 단행했다. 당시 구글은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 수익이 온라인 광고에서 창출됐고, 광고수익 증대를 위한 다양한 검색서비스 개발에 주력하다 보니 미래지향적 신사업 창출에 취약했다. 페이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에 구글을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과 수익을 전담하는 자회사 ‘구글’과 완전히 새로운 미래 신사업 개발에 전념하는 ‘아더 베츠’로 분리하고 총괄 지주회사로 ‘알파벳’을 설립했다.

분리된 자회사 구글은 크롬 등 검색엔진,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구글클라우드 등 기존 핵심 사업 분야들을 모두 담당했다. 반면 신설된 아더 베츠는 모든 미래지향적 신사업 프로젝트들을 담당했는데 일상생활용 로봇, 새 에너지저장 디바이스, 딥마인드와 AI, 그밖의 비밀 프로젝트들이 포함됐다.

피차이 시대와 구글의 근본적 변화

현 CEO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홈페이지

2015년에 알파벳 체제가 발족하면서 순다르 피차이가 신설된 자회사 구글의 CEO로 임명됐고 2019년에는 페이지의 후임으로 전체 알파벳의 CEO가 됐다. 피차이는 인도공대와 스탠퍼드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하고 와튼스쿨에서 MBA를 받은 후 매킨지 등에서 일하다 2004년에 구글에 입사했다. 그는 구글 툴바를 개발하고 크롬 웹브라우저 출시를 주도했고,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등을 총괄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아 전체 알파벳의 CEO가 됐다.

피차이가 CEO직을 맡은 이래 알파벳은 안정성과 수익성이 대폭 강화되면서 시장가치가 급성장하며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피차이의 안정지향적 경영방식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그의 신중한 리더십 스타일 때문에 많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인데 온라인 유통업체 ‘쇼피파이’의 인수를 피차이가 너무 비싸다며 반대해서 좌절됐으나 그 직후 열배 가까이 시장가치가 급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구글의 유튜브와 환상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던 트위터 인수 기회를 비용 부담을 놓고 고민하다 놓친 것이었다.

양손잡이 기업으로 전환 향한 과제

어떤 전문가들은 피차이가 전임자들의 임기 동안 발생한 과도한 흥분상태를 진정시켜 구글을 균형 상태로 회복시켰다고 높이 평가한다. 과거 구글은 혁신을 통해 급성장했지만 전반적인 수익성과 안정성은 낮았으며 광고를 제외한 대다수 사업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는데 피차이가 이를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신중함 때문에 과거의 구글다운 과감한 혁신성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2020년대 중반 현재 구글의 수익은 여전히 기존 온라인 광고사업이 대부분 창출하고 있고 구글클라우드는 전체 수익의 10% 정도만 기여하고 있으며 아더 베츠는 전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피차이가 과거 크롬, AI, 클라우드, 안드로이드 등 구글의 미래지향적 사업들을 과감하게 주도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원래 혁신성이 약한 경영자는 아닌 게 확실하다. 이런 면에서 피차이가 현재 추구하는 리더십은 구글의 기존 강점이던 혁신성을 아더 베츠 등을 통해 계속 강화하면서 동시에 구글이 약했던 수익성과 안정성도 강화하려는 양손잡이 경영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피차이와 알파벳의 미래는 어떻게 창조적 혁신성과 안정적 수익성을 동시에 극대화해낼 것인가 하는 그의 양손잡이 경영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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