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부흥하는 교회에는 □□□□가 있다

이명희 2024. 7. 1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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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을 위한
카페와 문화센터 열고
세상 속으로 들어간 교회들

목회 어렵고 가짜 교회 판치는
요즘 시대에 말씀으로 충만한
건강한 교회가 희망을 준다

15년 전 미국 연수에서 돌아와 초등학생 아들의 영어실력을 늘려볼 불순한(?) 의도로 초등부 영어예배를 드리는 서울 서초의 사랑의교회를 잠시 다닌 적이 있다. 당시 교회는 청년들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해 연수지에서 만난 20대 두 자매도 그 교회를 다녔다. 지금의 자리로 옮기기 전 비좁았던 교회는 교인들이 많이 몰려 30~40분 전에 가서 줄서지 않으면 본당에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부끄럽지만 1년여 그 교회를 다니면서 본당 예배는 언감생심이었고 매주 교육관에서 목사님 설교를 비디오로 들어야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회가 부흥하는 그런 시절은 끝났다는 비관론이 많다. 부흥은커녕 교회 생존조차 어려워졌다. 신학생이 줄어들어 신학교들이 문을 닫는다. 70~80%에 달하는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목회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목회를 포기하거나 이중직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이 몰리는 교회들이 있다. 특히 청년층 복음화율이 미전도 종족 수준이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찾아가는 교회들이 있다.

서울 강동의 오륜교회는 전체 성도 중 청년층이 60%를 넘는다. 2~4층 본당 2000여석과 교육관, 지하공간 등을 다 사용하고도 예배 공간이 부족해 얼마 전 매물로 나온 옆 교회 건물을 샀다. 주일에는 아침 6시 1부 예배부터 저녁 7부 영상예배까지 드릴 정도로 성도들이 몰려온다. 먼 곳에서도 찾아오다보니 교회 안 주차장과 옆건물 주차타워도 부족해 아산병원 주차장을 빌려 쓰고 있다. 서울 영등포 신길교회는 지금의 담임목사가 부임하기 전인 8년 전까지만 해도 노인이 많던 교회였다. 그러나 1층 넓은 공간에 주민 누구나 올 수 있도록 아침 6시부터 밤 11시 늦게까지 카페를 열고 빔프로젝터를 갖춘 세미나실까지 마련했다. 이 교회 카페는 브런치 맛집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청년들이 북적이는 교회로 변신했다. 전 세대가 함께 드리는 주일예배도 있어서 온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경기도 안양의 새중앙교회는 본당 옆에 문화센터를 지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성악과 발레, 외국어, 미술 등 200여개 문화 강좌가 열려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4000여석의 본당은 벽돌공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교회 주차장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널찍한 교회 앞마당엔 경찰차가 주차하기도 하고, 소방차가 주차하기도 한다. 주차장만 보면 교회인지, 경찰서인지, 소방서인지 헷갈릴 정도다. 경기도 성남의 지구촌교회는 대형마트 건물 위의 7, 8층을 사용한다. 같은 성남지역의 만나교회는 흡연자들도 교회에 올 수 있도록 교회 안에 흡연실을 설치했는가 하면 토요예배를 만들고, 예배에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미디어 교회도 개설했다. 이 교회는 최근 서너 달 만에 3000여명이 늘었다.

부흥은 1970~80년대 철 지난 레퍼토리인 줄 알았는데, 세상 미디어에서 아무리 기독교를 깎아내려도 2024년에도 부흥이 일어나고 있다니 놀랍다. 무엇이 청년들을 교회로 이끌고 성도들을 모여들게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이다. 과학이나 물질이 채워주지 못하는 영적 갈급함에 대한 수요는 더 커졌다. 권위를 내려놓고 진솔하게 상한 심령들을 위로하고 세밀히 어루만지는 건강한 교회는 부흥한다. 부흥하는 교회에는 뜨거운 찬양이 있다. 1시간, 2시간을 뜨겁게 찬양하며 하나님만 바라보는 교회에는 청년들이 몰려든다. 예배 형식도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인간을 위한 예배가 아니라 온전히 드려지는 산 제사에는 말씀 충만, 은혜 충만이 있다. 주보를 없애고 초신자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예배시간에 헌금함을 돌리지 않는 교회도 늘고 있다. 헌금함은 교회 입구에 비치돼 자발적으로 드려진다.

찬송가와 성경책을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화면에 자막으로 찬송가 가사와 성경 구절을 띄워줘 불편함이 없는 교회, 목회자 사제복을 벗어던진 교회, 세상 속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는 교회들은 외면 당하지 않는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예배에 오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교회, 권위를 내려놓은 교회들은 번성한다. 목회가 어렵다고 하고 ‘무늬만 교회’가 판치는 요즘 시대에도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고민하고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건강하고 매력적인 교회들이 있어 그래도 희망이 있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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