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커진 트럼프 당선 가능성, 정교한 리스크 대책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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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신이 택한 트럼프”, 당선 가능성 높게 봐
‘플랜 B’아닌 선제, 적극적 시나리오 대응 준비를
그제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가 미국의 대선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오는 11월의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피격당했지만 그의 재집권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들은 14일(현지시간) “신이 택한 인물을 막을 수 없다”며 트럼프 필승론을 전했다. 대선에 민감한 미국 금융계도 트럼프 당선을 가정하는 ‘트럼프 트레이드’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트럼프 후보가 관심을 보였던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어제 6만3000달러로 급등했다.
한국엔 ‘남의 일’이 아닌 형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현 상황이 연장되겠지만, ‘트럼프 2.0’ 시대가 된다면 미국 우선주의에 적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미리 긴장할 필요는 없지만, 그동안 관망하며 물밑에서 움직였던 플랜B를 플랜A로 끌어올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비에 나서야 할 때가 다가왔다.
당장 외교·안보의 ‘거래’에 대비해야 한다. 전형적인 비즈니스맨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부유한 한국을 왜 미국이 지켜줘야 하나. 한국이 이제는 지불할 때”라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 압박을 예고했다. 그가 수시로 주한미군 감축을 암시한 것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는 미국의 막무가내식 요구에 대비해 ‘줄건 주되, 아닌 건 아니다(No is No)’라는 단호한 입장을 펼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공화당 대선 캠프와도 지속적인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구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후보의 북·미 관계 직거래에 대한 대비도 필수다.
‘트럼프 2.0 시대’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질 전망이다. 공화당은 지난 8일 발표한 정강정책을 통해 미국을 지배적 에너지 생산국이자 제조업 강국으로 건설하고, 전기자동차 의무화를 취소하겠다고 공표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전쟁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무역전쟁 불사론을 펴고 있다.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 전 세계 무역이 위축되고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행스러운 건 2017년부터 4년 동안 그를 겪어봤다는 경험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트럼프 경험’을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기록을 들춰보고 당시 관계자들의 자문도 구해야 한다. 개인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후보의 성향을 고려하면 통 크게 주고받을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기가 필요해질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가 2016년 말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즉시 미국으로 달려가 그와 ‘관계’를 맺으려 했던 노력을 기억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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