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트럼프 “터프한 전당대회 연설문 버리고 다시 썼다”
“경호원 라인배커처럼 날아와” 감탄
바이든 “과열된 정치 온도 낮추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피격당한 지 하루 만인 14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입성했다. 암살 시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공식 일정 복귀를 강행하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지도자 면모를 보이고, 15일부터 시작되는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밀워키에 도착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리며 전용기에서 내린 뒤 차를 타고 전당대회 장소인 파이서브 포럼 인근 피스터 호텔로 들어갔다. 지지자들은 공항 근처에서부터 성조기를 흔들며 그를 환영했다.
트럼프는 앞서 밀워키로 향하는 기내에서 워싱턴이그재미너, 뉴욕포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날 피격을 계기로 전당대회 연설문을 다시 썼다”며 “이것은 나라 전체와 세계 전체를 함께 뭉치게 할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매우 터프한 연설을 준비해놨다. 부패하고 끔찍한 행정부에 대한 것으로 진짜로 좋았다”면서 “그러나 그건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설이 될 것”이라며 “나라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비판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원고를 버리고 통합을 강조하는 쪽으로 다시 작성했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준비하라고 지시해 캠프 직원들이 놀랐다고 전했다.
기내 인터뷰를 진행한 뉴욕포스트 기자는 총상을 입은 트럼프의 오른쪽 귀에 큰 붕대가 느슨하게 감겨 있었고, 트럼프가 직접 상의 단추를 풀고 오른팔뚝의 멍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나는 죽을 뻔했다”며 당시 피격이 “매우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격이 시작되자마자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라인배커(미식축구에서 공을 든 상대 공격수를 차단하는 수비수)처럼 날아 들어왔다며 감탄했다. 기자에게 보여준 멍은 요원들이 몸을 던져 자신을 에워싸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피격 직후 단상 아래로 엎드렸을 때 ‘신발 좀 챙기겠다’고 말한 것에 관해선 “요원들이 나를 너무 강하게 쳐서 신발이 벗겨졌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요원들이 자신을 무대에서 대피시킬 때 주먹을 치켜올렸던 것에 대해선 “사람들에게 내가 괜찮다(OK)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미국은 계속 굴러가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우리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는 ‘덤으로 사는 인생(a new lease on life)’을 얻게 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기내 TV 화면에 총격 영상이 나오자 트럼프는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당시 상황이 떠오른 듯 한 번 이상 고개를 흔들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또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의 참담한 TV토론 실패와 자신에 대한 암살 미수 중 어느 것이 더 유권자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이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피격이 부동층을 자신 쪽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전당대회 연설자로 초청했다.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던 헤일리 전 대사를 부른 것도 트럼프 피격 이후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수세에 몰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두 차례나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 온도를 낮춰야 한다. 정치 상황이 과열돼 있고 이제는 식혀야 할 때”라며 “민주주의에서 이견은 불가피하지만 정치가 ‘킬링 필드’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도 중단하기로 했다.
밀워키=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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