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의 꽃'엔 '가시' 있다…용적률 완화 두 얼굴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분당(경기도 성남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특별법(노후계획도시정비법)의 지원을 받아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해 출항할 채비를 서두른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밑그림에 해당하는 기본계획 수립과 시범사업장인 선도지구 공모에 나섰다. 단지들은 선도시구 선정에서 배점이 가장 큰 주민 동의율을 높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과 신탁사들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설명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며 기웃거리고 있다. 건설사도 보기 드문 큰 장을 기대하며 주시한다.
4대강 사업비 맞먹는 선도지구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 물량이 1기 신도시 전체 재정비 대상 물량(26만7000가구)의 10%에 해당하는 2만6000가구(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다. 11월 선정되고 올해 안에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재건축에 들어간다.
업계는 선도지구 2만6000가구 재건축으로 4만~5만가구의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공사비 등 사업비를 20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 금액은 최초 1기 신도시 총 사업비(10조4700억원)의 2배가 넘고,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사업비 22조원)과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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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만6000가구 선도지구 공모 시작
2027년 착공까지 일정 빠듯해
'통합' 부작용, 용적률 혜택 한계
분양가 따라 사업성 희비 교차
」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자치단체, 시공사 등과 주민 2만6000명 이상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어마어마한 역사(役事)가 쾌속 순항할 수 있을까.
정부가 계획한 일정이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다. 2027년 착공한다면 아파트 공사 기간이 대략 3년이어서 2030년 준공은 무리가 없다. 그런데 착공까지 이주·철거 기간 1년 반~2년을 제외하고 남는 1년~1년 반 안에 복잡한 인허가를 일사천리로 끝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반적인 재건축에선 적어도 5년 이상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주·철거 기간은 줄이기 어렵다"며 "아무리 절차를 간소화해 밀어붙이더라도 건축심의, 교통환경영향 평가, 사업승인, 조합원 분양신청, 일반분양 계획(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을 어떻게 1~2년 만에 해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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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의 핵심인 ‘통합’은 양면성을 띠고 있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열쇠이지만 한편으론 사업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 통합 재건축은 여러 개 단지를 묶어 한꺼번에 추진하는 사업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단독 재건축보다 사업비를 11%가량 절감할 수 있다. 용이한 기반시설 재배치 등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이점도 있어 도시계획에서 선호된다.
통합 재건축의 매력은 무엇보다 안전진단 면제, 법적 상한 용적률의 1.5배 허용 등 규제 완화 혜택이다. 선도지구 선정에서도 단지 수가 많으면 점수가 높다. 영화 '혹성탈출'의 유인원 대장 시저의 말대로 뭉치면 강해진다.
하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대단지는 내홍이 끊이지 않는다. 조합원이 6700명이었던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는 조합 설립부터 착공까지 17년이 걸렸다. 여의도 광장처럼 같은 단지도 쪼개지는 판에 입지여건과 대지지분 등 사업 조건이 다른 여러 개 단지의 상충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원만하게 이끌어 가기가 만만치 않다.
유명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과)는 재건축의 어려움으로 대단지를 첫 번째로 꼽기도 했다. 여러 명이 모이면 점심 메뉴도 정하기 쉽지 않은데 전 재산이 걸린 재건축에선 오죽하겠느냐는 것이다. 나이도 갈등 요인이라고 했다. 나이가 많으면 재건축으로 지은 새 아파트에 거주할 기간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이 별로 없어 억대의 추가분담금도 걱정거리다.
재건축 시장에선 단지 규모, 주민 연령 외에 주택 크기와 주인 직접 거주 비율도 따진다. 집이 크고 직접 살지 않는 비율이 높으면 불리하다. 서울에서 잠실 등 과거 10평대 저층 아파트 재건축이 빨랐던 이유다.
1기 신도시는 통합 재건축을 하는 데다 같은 집에서 오래 거주한 나이 든 사람이 많다. 집도 대개 30평대 이상이다. 분당 시범단지 4곳 7700가구 중 33평형(전용 84㎡) 이상이 70% 정도인 5600가구다.
용적률 완화 다 못 누린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성의 꽃이라고 할 만한 용적률 완화에 ‘가시’가 있다. 1기 신도시는 특별법의 건축규제 완화 특례에 따라 용적률을 법에서 정한 상한의 150%까지 올릴 수 있다. 용적률은 사업부지 대비 지상 연면적 비율이다. 높을수록 더 많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인 3종 주거지역의 법적 상한 용적률이 300%인 만큼 450%까지 가능하다. 1기 신도시 이외 일반 재건축을 통해 3종 주거지역에서 올릴 수 있는 최고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20%인 360%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450%까지 올리기가 어렵다. 너무 고밀이어서 주거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국토부의 주거단지 고밀 개발 영향분석 연구용역 결과 일조·조망에 유리한 적정 용적률이 360%로 나타났다.
재건축으로 올라가는 용적률이 모두 사업성으로 연결되지도 않는다. 용적률 증가분의 70% 이하를 공공기여로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기여는 땅이나 공공주택·기반시설·기여금 등으로 공공에 기부채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의 용적률이 200%, 재건축 용적률 400%, 공공기여 비율 50%라면 기부채납할 용적률이 100%{(400-200)X50%}다. 400% 중 300%만 주민과 일반에 분양할 수 있는 아파트를 짓는다.
재건축 용적률, 공공기여 비율 등을 담은 기본계획이 나와야 사업성을 가늠할 수 있지만 건설업계는 현재 기준으로 분기점을 일반분양가 3.3㎡당 4000만원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3.3㎡당 5000만원 이상 받을 것으로 보이는 분당을 제외하곤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백준 대표는 “일반분양가를 좌우하는 주택시장 상황이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큰 배라도 바다의 날씨를 이길 순 없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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