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외화 더빙이 사라진다
‘퍼뜨릴 만한 아이디어’라는 슬로건으로 기술,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18분 동안 새로운 생각을 이야기하는 테드(TED) 토크는 1984년에 시작되어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주로 영어로 하는 이 토크를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서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다양한 언어의 자막이 준비된다. 하지만 자막 제작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고, 무엇보다 자막을 읽다 보면 토크라는 포맷의 생생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테드 토크의 지역화 팀은 최근 이 문제를 AI를 사용해 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빠르게 발전한 AI 목소리를 사용하면, 인간 성우의 도움 없이 원래 발표자의 목소리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음성을 사용해 다양한 세계 언어로 더빙이 가능하다.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훨씬 빠르게 더빙된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기술을 영화 제작사들이 놓칠 리 없다. 세상에는 뛰어난 성우들이 해외 콘텐트를 더빙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를 잘하는 사람들의 수는 제한적이고,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원어의 목소리를 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전직 영화 제작자가 공동 창업자인 플로레스(Flawless)라는 스타트업은 테드와 마찬가지로 AI를 이용해 배우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바람에 세상의 그 어떤 뛰어난 성우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더빙을 구현한다고 한다.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경우 더빙 작업을 제작사가 아닌 배급사 쪽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고, 할리우드 영화의 지역화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제작되는 영상 콘텐트의 세계화를 쉽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단점이 있다면 외화 더빙을 하던 성우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 오랜 훈련과 재능이 필요한 직업 하나가 그렇게 사라진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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