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잔디 안 가렸다…‘테니스 신성’ 알카라스 시대
“알카라스가 레전드의 반열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영국 가디언은 15일(한국시간)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1·세계랭킹 3위·스페인)가 윔블던 테니스 대회 2연패를 달성하자 이렇게 소개했다. 디펜딩 챔피언 알카라스는 이날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박 조코비치(37·2위·세르비아)를 3-0(6-2, 6-2, 7-6〈7-4〉)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270만 파운드(약 48억원). 이로써 알카라스는 통산 네 번째 메이저 대회(윔블던 2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3년생인 그는 2022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을 차지했고, 지난해 윔블던 우승에 이어 올해 프랑스오픈에서도 우승했다. 특히 지난달 프랑스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2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더블’에도 성공했다.
한 시즌에 클레이(흙) 코트에서 벌어지는 프랑스오픈과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남자 단식을 잇달아 제패하는 ‘더블’ 기록은 프로 선수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로드 레이버(호주), 비에른 보리(스웨덴),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조코비치에 이어 알카라스가 통산 여섯 번째다. 알카라스는 또 메이저 대회 결승에 4번 올라 모두 우승하는 기록도 세웠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선 무려 4시간 42분간의 혈투 끝에 조코비치를 3-2(1-6, 7-6〈8-6〉, 6-1, 3-6, 6-4)로 꺾고 우승했다. 올해 윔블던 결승에서 ‘신성’ 알카라스와 ‘GOAT(역대 최고)’ 조코비치의 리턴 매치가 확정되자 입장권 최저 가격이 1000만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와 달리 알카라스는 올해 맞대결에선 2시간 27분 만에 조코비치에 완승을 거뒀다. 지난달 프랑스오픈 8강전을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기권한 뒤 수술대에 올랐던 조코비치의 경기력이 온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은 지 약 한 달 만에 이번 대회 출전을 강행한 조코비치는 오른쪽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알카라스의 벽을 넘기에는 힘이 부쳤다.
알카라스는 “윔블던 우승은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꿈”이라며 “이렇게 아름다운 코트에서 멋진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알카라스는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서는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한 조로 남자 복식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파리올림픽에서 단·복식 석권을 노린다. 알카라스가 파리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2025년 1월 호주오픈마저 제패하면 20대 초반의 나이에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램(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
이날 시상식엔 암 투병으로 대외 활동을 자제해온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시상자로 나서 알카라스에게 우승 트로피를 수여했다. 미들턴 왕세자빈은 시아버지인 찰스 3세 국왕의 생일 행사 이후 한 달 만에 대외 활동에 나섰다. 왕세자빈은 지난 3월 영상을 통해 암 투병 사실을 발표했다. 그동안 대외 행사에는 나서지 않다가 지난달 15일 찰스 3세 국왕의 생일 행사인 ‘군기 분열식’에 참석해 반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왕세자빈은 이날 딸 샬럿(9) 공주와 로열박스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 경기장엔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전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애거시 등의 모습도 보였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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