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방파제 설치했더니…정동진 백사장 13m나 넓어졌다
지난 11일 오후 1시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해변에 들어서자 넓은 백사장이 펼쳐졌다. 해변 입구에서 바다까지 거리는 약 50m. 바다 쪽으로 가까이 가자 바닷속에 설치된 ‘수중방파제(잠제)’가 눈에 들어왔다.
잠제가 설치된 곳 주변은 다른 곳보다 물결이 잔잔했다. 잠제는 파도 세기를 줄여 모래 유실을 막는 역할을 한다.
주민 박민철(51)씨는 “잠제 설치로 파도의 힘이 약해져 모래가 빠져나가지 못해 백사장이 넓어지고 있다. 확실히 안전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모래가 파도 방향에 따라 이동하면서 순환을 해야 깨끗해지는데 이동을 하지 않으니 지저분해질 수밖에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동해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2018년 12월부터 381억원을 투입한 정동진해변 연안 정비사업이 최근 마무리됐다. 현재 정동진해변엔 잠제 3기가 설치돼 있다. 1기는 170m, 2기는 80m, 3기는 60m로 총구간은 310m에 이른다.
여기에 ‘돌제’도 수상부 90m, 수중부 130m 등 총 220m 구간에 설치됐다. 돌제는 모래가 바다로 쓸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안에서 바다 방향으로 길게 내밀어 만든 구조물이다.
정동진해변이 잠제와 돌제 등을 설치하는 해수부 제2차(2010~2019) 연안정비 기본계획에 반영된 건 너울성 고파랑(高波浪) 등으로 인한 해안 침식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은 겨울철 너울성 고파랑이 잦아 백사장이 잘려나가는 피해가 반복해서 발생했다. 2016년 1월 정동진 레일바이크 선로 100여m가 무너진 게 대표적이다.
당시 레일바이크가 무너진 데는 옹벽 영향도 컸다고 한다. 해변에서 침식이 일어나면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후퇴하게 된다. 당시 정동진해변 백사장은 20~30m에 불과했다. 그 탓에 주변 지반이 약해졌고, 너울성 고파랑으로 옹벽이 무너지며 선로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레일바이크 전체 5.1㎞ 중 절반에 가까운 2.3㎞ 구간이 폐쇄됐다.
잠제와 돌제는 정동진해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정동진해변연안정비사업 최종보고서를 보면 사업 전인 2019년 11월 정동진해변 해안선은 35.3m였다. 돌제 수상부가 완공된 2020년 11월엔 39m로 3.7m가 증가했다. 이후 수중부가 완공된 2021년 11월엔 42.6m가 된다. 2023년 5월 수중방파제 1기가 완공됐을 땐 해안선이 48.3m로 사업 전과 비교해 13m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김인호 교수는 “수중방파제가 해변으로 밀려들어 오는 에너지를 작아지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해변 폭도 40~50m 정도면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수천 년에 걸쳐 깎이고 쌓이는 것을 반복해 만들어진 해변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겨 균형이 깨졌으니 자연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한동안 지켜봐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관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이번 사업 완료로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정동진을 피서객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게 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영 동해지방해양수산청장은 “앞으로도 해안선 측량과 각종 모니터링 등을 지속해서 실시, 정동진해변에서 침식 재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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