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남단 마라도서 치킨 시키면 드론이 배달 온다
지난 3일 오후 5시 제주도 부속 섬인 비양도 포구에 육각형 모양의 드론이 착륙했다. 프로펠러 6개로 작동하는 드론에는 주민들이 주문한 치킨과 버거 등이 실려 있었다. 주민 20여명은 가로·세로 각각 1.25m의 대형 드론이 섬에 도착하자 자신들이 주문한 치킨 등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비양도에는 치킨 전문점 등이 없어 치킨을 먹으려면 배를 타고 제주로 가거나 직접 요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도가 비양도·마라도·가파도 등 제주 부속 섬에 드론으로 물품을 배송한다. 지난 3일 비양도를 시작으로 조만간 가파도와 마라도 등에도 도입한다. 인구는 비양도 160명, 마라도 90명, 가파도 220명 등이다.
제주도는 2019년 국내 첫 드론 실증도시 공모에 선정돼 국비 39억원을 받아 드론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부속 섬 물품 배송 사업과 도심항공교통(UAM) 노선 기상환경 분석 등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비양도 배달 첫 날 드론은 6차례 제주도와 섬을 왕복했다. 1회 비행 때마다 치킨 2마리 혹은 수제버거 4개 등이 실려 총 치킨 8마리와 수제 햄버거 8개가 배달됐다. 비양도 드론은 물품을 3㎏ 정도 싣고 25분을 날 수 있다.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에서 출발한 드론이 비양도까지 도착하는 비행시간은 3분 30초쯤 걸린다. 드론은 또 물품을 실으면 자동으로 정해진 장소에 도착하기 때문에 조종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점도 장점이다. 비양도 주민들은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신기한 일을 겪는다” “좋은 세상 오래 살아야겠다” “다음에 손주들 오면 치킨을 꼭 시켜 먹고 싶다”고 말했다.
드론 서비스는 비양도 매주 목·금요일, 가파도와 마라도는 매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선박이 운항하지 않는 물류 취약 시간대인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항한다. 배달 신청은 주민 또는 관광객이 금능리와 상모리에 설치된 드론 배송 콜 센터에 전화하거나 어플을 통해 하면 된다.
드론 신청이 접수되면 가입된 치킨집 등과 연결돼 드론 업체가 물품을 배송해준다. 비양도에서는 금능리 내 치킨·피자·버거·편의점·마트 등 10개 가맹점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마라도는 상모리 내 치킨집·마트 등 4개 가맹점에서 물품을 주문할 수 있고, 가파도는 최대 15㎏까지 배송할 수 있다.
드론 배송 비용은 7월 한 달간 무료이며, 다음달부터 치킨이나 버거 등을 주문하면 3000원이 부과된다. 제주도는 섬 밖으로 해산물 등 물건을 내보낼 때에는 품목에 따라 1만원 안팎의 비용을 받을 예정이다. 주민들에 대한 할인이나 관광객에 대한 서비스 비용 등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제주도는 올해 부속 섬 드론 운송을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후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양제윤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드론 배송 시스템으로 제주 도서벽지 주민 생활이 한결 편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민과 관광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도서 지역 드론 물품 배송 서비스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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