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단상 오르자 “배신자”…지지자들 편 갈려 육탄전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당원 3000여 명이 모인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7·23 전당대회 네번째 합동연설회에선 당대표 후보들의 정견 발표가 차례로 이어졌다. 나경원, 원희룡 후보에 이어 한동훈 후보가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올랐다. 한 후보가 발언을 시작하자 한 참석자가 “배신자”라고 외치며 연단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지려 했고, 이를 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에 한 후보는 연설 도중 마이크를 들고 무대 앞쪽으로 나와 “저를 배신자라 해도 좋으니 다른 분을 폭행하지는 말라. 전당대회는 이견 속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길로 가야 한다”며 중재에 나섰다. 한 후보는 이날 연설회를 마친 뒤 페이스북에 “제가 연설할 때, 일부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저를 향해 ‘배신자’라고 구호를 크게 외치며 연설을 방해했다. 의자를 들어 던지기까지 했다”면서도 “지지자들뿐 아니라, 오늘 연설을 방해하신 그분들과도 함께 가고, 함께 이기겠다”고 적었다.
그러자 원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타 후보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 또한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반박했다. 원 후보는 다만 “당원동지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지지하는 후보는 서로 달라도 우리는 동지”라며 “지금은 특검과 탄핵공세를 막기 위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뭉쳐 싸울 때”라고 단합을 함께 강조했다.
‘분당(分黨)대회’라는 자조 속에 육탄전까지 벌어지자 당내 우려는 더 커졌다. 한 후보에 이어 정견발표에 나선 윤상현 후보는 연단에서 내려온 뒤 “이게 솔직한 우리 당의 수준”이라며 “전당대회 이후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이 갈등이 전당대회 이후에 해소될 수 있을지 짐작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나 후보는 자신을 ‘계파와 권력, 사심에 굴하지 않는 사람’으로 칭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혐의를 씌운 ‘그 단어’를 내뱉은 후보가 불안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중에 ‘당무 개입’이란 표현을 쓴 걸 거론한 것이다. 나 후보에 이어 단상에 오른 원 후보도 “당 대표와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대통령을 향한 특검법은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한 후보를 공격했다. 다른 후보들의 집중 공세를 받은 한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에게 “하나하나 독한 말을 받아치면 상승 작용만 가져온다. 미래로 가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반응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는 총선 백서 발간을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이 분열될 위험이 있는 만큼, 백서는 전대 이후에 신중하게 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너무 늦었다. (한 후보의) 출마 자체가 총선 패배 책임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원 후보는 “총선 책임과 평가의 제1호 대상자인 당시 당 대표가 바로 출마해 백서의 유불리를 말하는 것은 블랙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후보는 “백서가 전대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이 명백하다”며 “총선 결과의 원인은 여러분이 알고 시민들이 안다”고 말했다.
천안=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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