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역 참사 낸 차, 브레이크 결함 없어…운전자 과실 무게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관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오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15일 경찰은 가해 차량의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 등을 분석한 국과수 정밀감정 결과를 지난 11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국과수 등에 따르면, EDR 분석 결과 사고 당시 가해자 차모(68)씨가 가속 페달을 세게 밟은 정황이 드러났다. 브레이크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 후방에 있는 브레이크등이 켜진 것에 대해선 외부 빛으로 인한 난반사나 플리커(Flicker·촬영된 영상이 실제와 달리 빛이 반짝거리는 것으로 보이는 것) 현상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조지호 서울경찰청장도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전반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근접했다”며 “사고 운전자를 추가 조사하면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2일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국과수는 경찰로부터 가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 호텔 및 사고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자료 6점을 받아 정밀감식에 들어갔다. 이후 국과수는 3D 스캐너 등을 이용해 현장 채증도 했다. 교통사고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1~2개월이 걸리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빠르게 결론 냈다고 한다.
경찰은 이 같은 국과수 판단을 근거로 차씨를 추가로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앞서 두 차례 경찰의 방문 조사에서 차씨는 차량 급발진 사고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동승자로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차씨의 아내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조 청장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차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정황에 대해 “조사 내용과 과정이 신병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구속영장 신청 가능성을 열어뒀다. 차씨는 상급 종합병원 입원 기간인 2주가 지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EDR 결함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EDR에도 Null 값(오류 데이터)이 저장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하나의 값이 아니라 EDR에 저장되는 지표 모두가 발생한 현상과 정반대로 기록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시청역 사고 피해자에 대한 모욕성 글을 작성한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모욕성 글을 놓고 간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쳤고, 인터넷에 퍼진 댓글 모욕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역주행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쪽지를 남긴 20대 남성과 40대 남성 두 명을 지난 5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모욕성 인터넷 게시글 5건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일 시청역 차량 돌진 참사로 발생한 사상자는 총 16명이다. 경찰 수사 결과, 차씨의 차량은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나와 우회전을 해야 했지만 정면에 있던 일방통행로로 직진해 역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씨 차량은 이후 안전펜스와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BMW·소나타 차량과 연달아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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