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1년 이상 쉴 수도…병원은 ‘중증·응급’ 중심 버틸듯
정부가 제시한 사직 처리 시한인 15일까지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사직 처리될 전공의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수련병원들은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가져갈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서 사직 처리될 경우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9월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해 다시 수련을 이어가는 방법이 있다. 앞서 정부는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는 전공의에겐 '사직 후 1년 이내 같은 과목·연차 복귀 금지' 규정을 풀어주는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공백을 줄이기 위해 유인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병원에 돌아온 전공의에 대해 정부는 전문의 시험을 추가 실시하는 등 큰 불이익 없이 수련을 마칠 수 있게 해줄 방침이다. 군 미필자에겐 입영을 연기해주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 중이다.
그런데도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는 전공의는 적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는 "지방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던 이들이 서울 대형병원에 지원하는 경우가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그들도 필수 과목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마저도 지방 인력을 끌어다 서울에서 쓰는 꼴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직 후 하반기 모집에 응시하지 않는 전공의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군 미필자의 경우 입영하고, 군필자·여성은 일반의로 개원가에 취직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에겐 입영 연기 조치 등의 혜택을 주지 않겠단 입장이다. 통상 2~3월 군의관·공보의 입영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직 전공의의 지원이 내년 초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마저도 정원(TO)을 넘기면 연령 등의 기준에 따라 2026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
다른 전공의는 일반의(전문의 자격 없는 의사)로 일할 수 있지만, 수련에 복귀하려면 최소 1년은 기다려야 한다. 정부가 미복귀자에겐 원래 규정대로 1년 이내 동일 과목·연차 복귀를 제한할 방침이라서다.
정부가 사직의 법적 효력이 6월 4일 이후로 발생한다고 못 박은 점을 고려하면, 미복귀 전공의는 내년 9월 모집까지 복귀가 불가한 셈이다.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2월로 사직 시점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다수 수련병원은 정부 원칙을 따를 전망이다.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상급종합병원도 당분간 진료 조정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이들 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본래 기능인 중증·난치 질환 진료에 집중하도록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대형병원 교수들은 경증 환자 진료를 줄이는 방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인 경우가 많다.
정부는 중환자실·중증 수술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는 등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기 위해 일반 병상을 줄이는 한편,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팀 진료 등 업무를 재설계해 전공의 비중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경증 환자 입장에선 대형병원 이용 문턱이 높아지고, 1~2차 병원으로 회송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4개월간 의료 공백을 겪으며 환자단체에서도 그동안의 상당히 많은 의료 이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면서 "향후 소비자·환자단체와 함께 적정한 의료 이용 행태에 대한 인식 개선 작업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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