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피고인 신문 무산됐다…"포괄적 진술거부권 행사"
2022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현직 의원들의 부인과 수행원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한 검찰의 피고인 신문이 불발됐다. 김씨가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 박정호)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2차 공판에서 김씨는 검찰의 피고인 신문을 앞두고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개별 질문에 따른 진술 거부뿐만 아니라, 신문 절차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씨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김씨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고, (이에 따라)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라며 “피고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전면적으로 진술을 거부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는데도 검사가 질문을 계속하는 것은 답변을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이는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치 상황으로 언론에서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고, 검찰이 이를 활용한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의자 신문 절차를 진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김씨 변호인은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피고인신문이 진행돼) 반복 질문을 할 경우 인권위에 제소할 계획까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피고인 신문을 못 하게 강요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면서 변호인 측은 “해당 발언은 실언”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 측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지를 피의자 신문을 통해 확인하자는 것”이라며 “피고인 신문 내용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더라도 피고인의 태도나 표정, 말투 등도 (실체 파악에)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피고인 신문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씨는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2022년 8월 경찰 조사를 받고, 같은 해 9월 같은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은) 피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법 절차에 따른 것이고, 수사 기관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한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술하겠다’고 한 만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 신문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 “피고인 진술 거부권 보장이 상위 개념”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2차례의 휴정 끝에 김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검사의 피고인 신문 권한’을 담은 형사소송법 제296조 2항보다 ‘피고인의 진술 거부권을 보장’하는 같은 법 283조 2항의 효력이 상위 개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이럴 경우 피고인 신문을 안 할 수도 있다”며 “검찰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의 신문에 대해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거냐?”는 재판부에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검찰은 “이럴 경우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면 수사기관은 조사할 수가 없다”며 이의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는 25일 예정된 김씨의 13차 공판에서는 검찰의 구형과 의견진술, 변호인 최후변론과 피고인 최후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김씨는 이 전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시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 배우자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수행원 등에게 총 10만4000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최근 검찰로부터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업무상 배임 등)과 관련해 이 전 대표와 함께 소환 조사받을 것을 통보받은 상태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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