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조절 없다…메타코미디 '19금 코미디쇼' 세종문화회관 공연

나원정 2024. 7. 1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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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서 19금 코미디쇼
메타코미디 내달 15~17일 공연
내달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미디쇼를 공연하는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 소속 코미디언 이재율(왼쪽부터), 김동하, 대니 초, 곽범과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가 15일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전용극장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사진 메타코미디

"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 같은 큰 예술극장에선 코미디를 할 수 없다고 예전에 선배들한테 들었어요. 이번 공연이 코미디가 대한민국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는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빵송국’ 곽범) " 유튜브를 통해 K코미디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가 세종문화회관과 손잡고 ‘19금’ 코미디쇼를 펼친다.
메타코미디의 코미디쇼 ‘코미디 어셈블’이 다음 달 15~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총 4회차 공연을 진행한다. 정치‧종교‧섹스 등 거침없는 재담 수위를 그대로 살려, 2005년생부터 관람 가능하다. 공공 극장이 성인 타깃 코미디쇼를 무대에 올리는 최초의 시도다. 공연장 측이 사전에 수위 조절 요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가짜 아이돌 ‘매드몬스터’ 캐릭터로 인기를 끈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콤비 곽범‧이창호(단독 공연)을 비롯해 스낵타운‧유스데스크·보따·플러스마이너스 등 만담 팀이 15일 먼저 포문을 연다. 16‧17일엔 재미교포 대니 초(단독 공연)에 더해 김동하‧손동훈‧송하빈·이제규·코미꼬 등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까지 한 달이나 남았지만, 17일 저녁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됐다. 나머지 공연도 티켓 예매 속도가 빠르다.


"센 것만 한다는 건 오해…웃기려 모였죠"


1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전용 공연장 메타코미디클럽 홍대에서 출연진과 함께 인터뷰를 가진 메타코미디 정영준 대표는 “메타코미디가 굉장히 ‘센 것’만 하는 회사로 오해하시는데 재밌는 코미디를 더 재밌게 만들려고 모인 사람들”이라면서 “이번 공연도 우리가 자신 있고 잘하는 공연을 올리기로 했다. 해외에서 온 스탠드업 장르, 한국적 만담 장르를 동시에 소개하며 코미디의 다채로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만담 팀 '빵송국' 코미디언 곽범. 사진 메타 코미디
공연 예술 저변을 확장하는 ‘싱크넥스트 2024’ 일환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한 세종문화회관 측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메타코미디 소속 코미디언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걸 보고 대중과 가장 시의성있게 소통할 수 있는 코미디 레이블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2021년 출범한 메타코미디는 인기 코미디언들을 영입하며 지난해 넷플릭스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로얄’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는 개관 초 모든 공연이 10분 만에 매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미국선 카네기홀서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


스탠드업 코미디언 대니 초. 사진 메타 코미디
코미디언이 마이크 하나만 들고 관객의 허를 찌르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미국에선 그래미상 시상 부문에 코미디 앨범상이 따로 있을 만큼 역사가 깊다. 최근 카네기홀도 스탠드업 코미디를 공연할 만큼 예술 장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방송 위주의 콩트 코미디가 주류였지만, 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등 프로그램이 중단·재개를 반복하며 코미디언의 입지가 좁아졌다. 정 대표는 “코미디가 얼마나 재밌는지 알리고 싶어서 회사를 만들었다. 전용관은 R&D(연구개발) 센터다. 새 얼굴과 농담이 뻗어 나오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동하. 사진 메타 코미디
오랫동안 명맥이 끊긴 만담도 부활한다. ‘스낵타운’ 이재율은 “만담이 대한민국에서 일본과 비슷하게 동시 발생한 장르고, 서영춘 선배님을 비롯해 장소팔, 고춘자, 오동광, 오동피 같은 분들이 하던 장르를 리부트하는 개념이다. 한국 사람에게 만담을 좋아하는 DNA가 있다는 걸 매주 공연하며 느끼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큰 확성기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빵송국은 광복절이란 공연 날짜와 공연장이 광화문 광장에 인접한 점을 살려 “세종대왕의 정신을 담은 만담을 준비 중이다. 다른 분야 예술가와 교류해 한글의 재미와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도를 할 것”이라 예고했다.

피식대학 비하 논란…"더 치열하게 고민할 것"


최근 웃음의 수위가 높아진 만큼 불쾌감을 유발하는 리스크도 커졌다. 메타코미디 소속 팀인 피식대학은 간판 시리즈 ‘피식쇼’로 지난해 웹예능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을 받았지만, 얼마 전 지역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구독자 수가 크게 줄었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도 피식대학 출연 여부에 대한 관객 문의가 있었고, 스탠드업 공연의 출연진을 일부 조정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만담 팀 '스낵타운'의 코미디언 이재율. 사진 메타 코미디
이번 공연 사전 안내문엔 ‘코미디일 뿐 출연진 개인의 견해는 아니다’라는 당부가 포함됐다. 웃음을 위한 발언을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정 대표는 "서영춘 씨도 예전에 외설적 코미디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며 "당시엔 나라의 제재(검열)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코미디의 굴레"라고 말했다.
피식대학 사태에 대해선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논의 중이지만, 결론은 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코미디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당시 우리가 한 코미디를 정당화한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실수하고 불편함을 끼칠 수 있기에 철학과 방향에 대해 계속 고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동하는 “최근 야외 팝업행사에 갔는데 관객 30% 정도는 저희를 아예 모르는 분들이어서 제 멘트에 동공이 커졌다. 저도 놀라서 동공이 커졌다. 이렇게 동공 확장을 교환하다 보면 (이해하게 돼) 나중엔 작아지지 않겠냐”며 관객층 확대를 기대했다.
'코미디 어셈블'은 실제 바(Bar)를 운영하는 메타코미디 전용관처럼, 1층 객석 관객에 한해 음주도 가능하다. 모든 관객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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