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환자, 소아·청소년 유행 타고 급증…지난해의 24배

정종훈 2024. 7. 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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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발작적으로 심한 기침을 일으키는 백일해의 올해 환자 수가 지난해 연간 환자의 2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영향인데, 보건당국은 신속한 진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백일해 환자 수는 6986명(6일 기준)으로 지난해(292명) 연간 환자의 23.9배,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980명)의 7.1배로 집계됐다. 이러한 백일해 환자는 지난 4월 중순부터 늘기 시작했다. 특히 6월에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국적인 유행 양상으로 커졌다. 7월 들어선 환자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국내 백일해 유행은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환자의 91.9%가 7~19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6세 이하는 1.8%였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균을 통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질병명은 100일 동안 기침(해·咳)을 할 정도로 증상이 오래 지속한다는 데서 왔다. 잠복기는 4~21일(평균 7~10일)이다. '웁'하는 숨소리와 발작,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된 기침을 2주 이상 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고, 전염력이 센 편이다. 환자는 항생제 치료 시작 후 5일 동안 호흡기 격리가 필요하다.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을 때도 기침을 시작한 뒤 3주간은 격리해야 한다. 다만 질병청에 따르면 2011년 사망자 집계 이래 지금껏 발생한 사망 사례는 한 명도 없다.

백일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6일까지 7847명의 환자가 보고됐다. 전년 동기보다 3.2배 많은 수준이다. 영국 잉글랜드 지역에선 5월 말까지 환자 7599명이 발생했고, 1세 미만 환자 중 8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 질병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생후 2·4·6개월에 세 차례 기초접종이 이뤄진다. 생후 15~18개월, 4~6세, 11~12세 등에 추가 접종을 진행한다.

질병청은 최근 '백일해 유행 대응 전문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1세 미만 영아가 적기에 기초접종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임신부·면역저하자·65세 이상 성인 등에게도 백신 접종을 적극 권고할 것을 강조했다. 다만 1세 미만 고위험군 발생이 매우 적고, 예방 접종률이높은 데다 신속한 진단·치료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이 지나치게 불안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지영미질병청장은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하는 추세를 고려해, 학부모와 교사가 일상생활에서 손 씻기·마스크 쓰기 등 기침 예절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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