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올라오자 "배신자"…의자 집어들고 與연설회 육박전
충남 천안에서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당원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15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네 번째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충청에는 11만9167명(전체의 14.1%)의 선거인단이 분포해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동훈 후보를 겨냥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후보 간 공방이 과열되면서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날 먼저 단상에 오른 나 후보는 자신을 ‘계파와 권력, 사심에 굴하지 않는 사람’으로 칭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혐의를 씌운 ‘그 단어’를 내뱉은 후보가 불안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중에 ‘당무 개입’ 표현을 쓴 걸 거론한 것이다. 나 후보는 그러면서 “(한 후보는) 대권 욕심에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분열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는 “당 대표와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대통령을 향한 특검법은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한 후보를 공격했다. 원 후보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서도 “정치 경력 25년 만에 처음 겪는 스타일”이라며 “한 후보가 내놓은 특검법 수정안은 민주당 계략에 동조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당을 분열시켜 결국 모두 망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후보도 이날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설령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당내 찬성 여론이 있다 해도 그건 곧 대통령의 탄핵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며 한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세 후보의 집중 공세를 받은 한 후보는 이날 단상에 올라 “우리는 실력 있는 보수 정당, 실력 있는 정부 여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무작정 ‘뭉치자’는 구호가 아니라 정교한 전략으로, 저들과 똑같은 막무가내식의 막말이 아니라 품격과 논리로 이기겠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쟁 후보들의 비판에 대해 “하나하나 독한 말을 받아치면 상승 작용만 가져온다. 미래로 가는 전당대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연설회장에선 각 후보 지지자들도 곳곳에서 언쟁을 벌였다. 특히, 한 후보의 연설 중에 한 참석자가 “배신자”라고 외치며 연단을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지려 들자 한 후보 지지자가 달려들면서 거친 몸싸움도 벌어졌다. 한 후보는 연설 도중 마이크를 들고 무대 앞쪽으로 나와 “저를 배신자라 해도 좋으니 다른 분을 폭행하지는 말라”고 만류했다.
‘분당(分黨)대회’라는 자조 속에 육탄전까지 벌어지자 당에선 우려가 더 커졌다. 윤상현 후보는 연단에서 내려온 뒤 “이게 솔직한 우리 당의 수준”이라며 “전당대회 이후 당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솔직히 이 갈등이 전당대회 이후에 해소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선 백서를 전당대회 이후에 발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비대위 관계자는 “당이 분열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백서는 전대 이후에 신중하게 발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나 후보는 “너무 늦었다. (한 후보의) 출마 자체가 총선 패배 책임을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원 후보는 “총선 책임과 평가의 제1호 대상자인 당시 당 대표가 바로 출마해 백서의 유불리를 말하는 것은 블랙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후보는 “백서가 전대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이 명백하다”며 “총선 결과의 원인은 여러분이 알고 시민들이 안다”고 말했다.
천안=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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