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나오면 여론 바뀝니다' 든든했던 홍명보 전무의 한 마디, 이제는 두려움으로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KFA)는 숱한 논란을 외면하고 나아가고 있다.
지난 7일 KFA는 5개월여 동안 지속된 남자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의 결과물로 홍 감독 내정을 발표했다. 여러 말들이 나왔는데, 다음날 선임 배경 브리핑에 나선 이임생 KFA 기술총괄이사는 납득한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어 그간 선임 절차에 참여한 박주호 전 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이 "(국내 감독 선임을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 같다"며 의문스러웠던 점을 털어놓자 KFA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10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선 홍 감독이 "나를 버렸다"며 비장한 수락 배경을 밝힌 뒤에도 싸늘한 시선은 계속됐다.
홍 감독 선임이 비판받는 주된 이유는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원 다수가 사퇴한 시점, 이미 전력강화위의 결정이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이사가 사퇴한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권한을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지, 전력강화위가 추린 후보를 자의적으로 배제할 권한까지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진다. 당사자들이 면접이 아닌 곧장 제안, 부탁의 형태로 감독직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앞서 붉어졌던 내정설 대로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결국 시스템이 무너진 것으로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공교롭게도 해당 '시스템'은 홍 감독이 KFA에 전무이사로 재직하던 때 구축된 것이다. 최근 계속 언급되는 '감독 선임 시스템'은 2018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과정에 적용된 프로세스를 말한다. 당시 감독 선임을 주도한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KFA의 철학과 기준을 토대로 감독 후보군을 추려 면접을 진행했고, 선임 가능한 인물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벤투 사단 영입을 결정했다.
벤투 감독이 처음 언급됐을 당시엔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중국에서 실패한 경험 등이 있어 의구심이 컸다. 확신을 갖고 영입한 김 전 위원장도 흔들릴 정도였다. 김 전 위원장이 추후 KFA 공식 채널을 통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걱정하던 김 전 위원장을 붙잡아 준 사람은 홍 전무였다. 홍 감독은 "결과가 나오면 여론은 바뀐다"는 말로 김 전 위원장을 안심시켰다.
홍 감독과 KFA의 최근 행보는 6년 전 그때와 같은 생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정몽규 KFA 회장은 이달 초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누구를 선임하든 반대 목소리가 50% 이상일 것이라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와도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지나갈 파도라고 생각하는 듯 홍 감독과 KFA도 이어지는 논란을 외면하고 꿋꿋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아예 속도전 양상까지 보인다. 지난 주말 사이 이사회 서면 의결로 감독 선임을 확정했고 홍 감독은 15일 유럽 코치 선임을 이유로 급하게 출국했다.
2018년 홍 전무의 한 마디는 팬들에게도 믿을 구석을 마련해 줬지만, 현재는 우려만 키우고 있다. 결정적인 차이는 설득력에 있다. 6년 전에는 김 전 위원장의 브리핑을 통해 선임위가 충분한 노력을 투입해 최선의 결론에 도달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홍 감독 역시 김 전 위원장에게 우리의 철학과 기준을 맞는 선임인지 되물은 뒤 "결과가 나오면 여론은 바뀐다"라는 답변에 이르렀다. 이후 팀 벤투가 성공을 향해 나아가면서 해당 발언은 끊임없이 재평가됐고 축구인 홍명보의 큰 자산이 됐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국인 코치 2명을 누가 요청했는지조차 두 당사자의 말이 엇갈리니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 과정이 납득되지 않으니 우려를 거두기 어렵고,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월드컵을 담보로 잡힌 채 홍명보호를 지켜봐야 한다는 두려움만 커진다. 든든했던 전무 홍명보의 한 마디와 달리 "마지막 도전이니 응원해 달라"는 감독 홍명보의 말에는 공허함만 가득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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