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교도소 갈래"…학업·병역 피하려 불지른 10대

법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

학업과 입대에 대한 부담 등으로 차라리 교도소에 가겠다며 다가구주택에 불을 지른 1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5일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용균)는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기소된 10대 A군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명령을 내렸다고 이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A군은 지난 4월 2일과 24일에 각각 부산 부산진구 다가구주택 2곳에 들어가 주유소에서 미리 구입한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출처=픽사베이]

A군은 앞서 3월께 학업과 입대에 대한 부담 등으로 교도소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 타인의 건물에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고 이러한 일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이 쉽게 발각되게 할 목적으로 방화 장소를 파출소 인근에 있는 다가구주택으로 고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두 번의 방화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건물 일부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재판부는 "방화 범죄는 다수의 인명 피해와 거액의 재산 피해를 야기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라면서 "피고인은 지난해에도 교도소에 갈 목적으로 범행을 준비했다가 경찰 수사를 받기도 해 엄벌 필요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A군이 초범이고 미성년자인 점, 범행이 쉽게 드러나도록 파출소 옆 건물에 불을 지른 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재산 피해가 크지 않은 점, 두 번째 범행 직후 자진 신고한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교도소에 갈 목적으로 방화 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드물지 않다. 앞서 지난 2020년 6월 인천에서는 교도소에 갈 목적으로 하룻밤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병원 등 건물에 불을 지른 6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생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되고 싶어 방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11월 울산에서도 20대가 거주할 곳이 없어 교도소에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주차된 차량이나 건물 공사 현장에 잇따라 불을 질러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