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쪼개기도 지긋지긋" 힘받는 주휴수당 폐지 목소리, 왜

이우림 2024. 7.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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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5일 서울 시내 한 상점에 붙은 아르바이트, 직원 모집 공고.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이에서 주휴수당을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 유급휴가를 주도록 한 제도다. 5일을 일해도 6일 치 임금을 주는 셈이다. 현장에선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업주들이 쪼개기 고용을 늘리거나 무인화·기계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초단시간 근로자 170만명…역대 최대


정근영 디자이너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1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지난달 170만명으로 6월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4만5000명(9.3%) 늘었다. 초단기간 근로자는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고 고용보험 가입 대상도 아니어서 질 낮은 일자리로 꼽힌다.

고령층의 경우 정부의 노인 공공 일자리 사업이 늘어난 데 따라 불가피하게 증가한 경향이 있지만, 문제는 청년층에서도 초단기간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030 초단시간 근로자는 약 40만명으로 팬데믹 때인 2021년(6월 기준) 41만명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많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회장은 “임금 상승에 따라 주휴수당 부담이 커지면서 쪼개기 고용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서울 관악구에서 3년째 홀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7)씨도 그중 하나다. 주7일 근무로 체력에 한계가 와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려 한다는 김씨는 “하루 2~3시간씩 근무하는 알바생 2명 정도를 구하려 한다. 한 명이 쭉 하면 일적으로 완성도가 있지만, 주휴수당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최저임금은 1만30원이 아니라 1만2000원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씩 5일을 근무한다고 하면 주급 40만1200원(1만30원×8시간×5일) 외에 주휴수당으로 8만240원(1만30원×8시간)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2006원씩 늘어난다. 한 글쓴이는 “알바 쪼개기도 지긋지긋하다. 주휴수당을 없애고 일한 만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키오스크 도입, 월 5만5000원으로 1.5인분 몫


주휴수당 등 인건비 부담에 기계화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인천 서구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박금선(51)씨는 3개월 전 키오스크(무인주문기) 기계를 도입했다. 주문을 받기 위해 고용했던 아르바이트생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였고, 남은 1명도 근무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였다. 박씨는 “키오스크 월 사용료가 5만5000원 정도인데 기계 1대가 알바생 1.5인분을 한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키오스크 도입을 적극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3000여 개 음식점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음식점의 키오스크 도입 비율은 2020년 3.1%에서 2022년 6.1%로 증가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음식점업의 일자리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할 경우 판매·서빙 근로자 고용을 11.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된 주휴수당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제대로 된 휴일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에서 도입됐지만 주 5일 근무가 정착된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지나치게 가중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쪼개기 고용을 하면 근로자 입장에선 두 군데 이상에서 일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낡은 제도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최저임금이 상당 부분 인상됐기 때문에 주휴수당까지 지급할 경우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쪽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근로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가는 셈이기에 실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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