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트럼프플레이션’ 우려도…한국 영향은

임성빈 2024. 7.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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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며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대로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는 ‘트럼프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관세 확대, 확장 재정, 이민 장벽 등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 내 물가는 물론 한국 경제까지 파급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 헌팅턴비치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 집회. 로이터=연합뉴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3.2원 내린(환율 상승) 1382.8원(오후 3시 30분 기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피격 사건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소폭 상승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트럼프 공약 상당수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소득세 세율을 낮추는 등의 감세 정책과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정책은 미국 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인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트럼프의 공약이 가격 인상의 형태로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무책임한 예산으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엄격한 이민 정책 역시 노동력 공급에 부담을 줘서 임금 상승을 유발한다.

미국의 물가 상승은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준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한다면 금리 인하 시점은 조정이 불가피하다. 앞서 2019년 경기 부양을 추진하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자 그를 ‘미국의 적’이라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물가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정부가 Fed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원화 가치 등 환율은 더 큰 불확실성에 휘말릴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지금도 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 정부에 트럼프가 복귀하면 더 강한 통상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인 한국에까지 보편 관세 10%포인트를 추가 부과한다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약 152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이 제3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 여파로 한국의 중간재 수출도 추가로 감소한다. 단 미국이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의 수출 제품은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산업별로는 자동차‧반도체 산업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전기차 전환’에 제동을 건다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략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원하던 반도체 기업 보조금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누가 되든 한국 반도체 기업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위협받는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추진했던 제조업 리쇼어링처럼 미국 내 공급망 구축 인센티브가 강화되면 한국 기업의 미국 직접투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세계 각국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분담금 인상 요구 또는 철군이 이어지며 지정학적 위기가 높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한 국제유가가 상승은 한국에게 직접적인 물가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트럼프의 화석연료 규제 완화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원 축소 주장은 국내 관련 산업에 수혜가 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1기 때도 세금을 깎아주면서 지출을 늘려 국채 발행이 늘고 금리도 올랐다”며 “미국이 재정을 써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한국이 긴축을 해도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은 별도로 내수 강화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가 집권하면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자국의 국익을 우선할 것이기 때문에 산업 부문에서는 물밑에서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대한 일부 기대감도 나온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미국 민주당이 오히려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경향이 있고, 공화당은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미국 기업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트럼프 후보가 더 나을 수도 있다”며 “한국 기업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노동조합이 없는 주에 주로 투자했던 만큼 트럼프 후보와 더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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