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세적 상승" vs "일시적 반등"...부동산 시장 전망 엇갈리는 이유
“‘추세적 상승(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의미)’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에 대해 “일시적이며 지역적인 잔등락이 나타나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처럼 몇 년간 집값이 오르거나 급등하는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게 주무부처 장관의 진단이다.
하지만 박 장관의 발언이 나온 날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주간 아파트값(8일 기준)은 일주일 전보다 0.24% 오르며 5년 10개월(2018년 9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시작했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6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6177건으로 2020년 12월(7457건) 이후 가장 많다. 지난달 거래의 신고 마감일(이달 말일)까지 보름 정도 남아있어 실제 거래 신고 건수는 7000건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래 증가는 매수 경쟁을 유발하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박 장관의 시장 진단이 “안이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같이 부동산 시장의 단기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는 “누가 집을 사느냐"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박상우 장관은 여전히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수요층이 광범위하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수요층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는 일반적으로 전·월세로 거주하다 집을 사거나 거주하던 집을 팔고, 입지가 더 뛰어난 지역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층을 말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넘게(60주 연속) 오르면서, 무주택자 사이에선 높은 전셋값을 부담할 바에 ‘차라리 집을 사자’는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올해 1~6월 서울에서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을 산 이들은 총 2만28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5473명)보다 48.0% 증가했다.(법원) 실제 전·월세 거래도 줄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지난 3월 1만2834건이었지만, 이후 감소해 5월(1만261건)에는 1만건을 겨우 넘겼다. 이는 2022년 11월(1만257건)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서울의 경우 입지가 뛰어난 지역(상급지)이나 신축 대단지로 수요가 몰리고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데, 그만큼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층이 집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에선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 한 채를 가진 실수요자 대부분은 가격이 오르면 추격 매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다주택자의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등 투자수요(가수요)가 뒷받침돼야 집값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서울의 경우 강남·서초구가 이전 최고가격의 93%가량을 회복한 수준이며, 은평·강서구 등 그 외 지역은 85% 수준에 그치는 지역이 많다”며 “거래량도 2019~2021년과 비교하면 적기 때문에 투자수요는 물론, 실수요층의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퍼질 것이란 전망은 수요자들의 ‘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9~2021년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사재기)’이 일어났을 때 “지금 사지 않으면 ‘벼락 거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불안 심리’가 작동하며 폭발적인 아파트 매수로 이어졌고, 유례없는 집값 급등을 초래했던 학습효과다. 이 과정에서 서울 아파트 갭투자 비율은 40%에 육박했다.
이런 ‘불안 심리’는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 국토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소위 상급지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 추세가 경로에 따라 확산하는 공식이 존재한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가 판교·과천·목동 등을 거쳐, 경기·인천권으로 퍼진다는 것이다. 전성제 국토연구위원은 "온라인을 통해 부동산 정보의 유통량과 속도가 훨씬 빨라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급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고, 금리 인하가 연내 실행될 경우 전역에서 폭발적인 아파트 매수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2022~2023년 집값 급락과 거래절벽으로 집 매수를 포기한 수요층이 잠재해 있었는데,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대로 내리면서 이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며 “2019~2020년처럼 시장에 투자수요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실수요가 잠재해 있고, 가구 분화에 따른 수요 증가 등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일단 정부는 불안 심리 해소를 위해 올해 하반기 내로 수도권 중심으로 2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민간의 주택 공급여건을 개선하고, 3기 신도시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다만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책 등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하가 본격화할 경우 3주택 이상의 다주택 투자수요가 부동산 시장에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기대대로 실수요자 중심의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3주택자 이상에 부과하는 높은 취득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3주택자 취득세율을 8%에서 4%로 낮추는 등 규제 완화를 예고했고, 현재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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