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美국채 금리 뛰고, 비트코인 9000만원 육박

김남준 2024. 7.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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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이 국내·외 금융 시장에도 조용한 파장을 일으켰다. 일부 안전 자산과 트럼프 당선 수혜를 입을 것을 보이는 투자처로 돈이 쏠리는 등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 현상이 감지됐다.


트럼프 리스크에 달러 값, 美국채 금리↑


15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값(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3.2원 떨어지며(환율은 상승) 1382.8원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최근 1370원까지 올라가는 등 강세 기조를 보였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강달러 기조가 한풀 꺾인 영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소식에 달러로 다시 자금이 몰리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현재 미국 경제 정책 기조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정책 변경의 영향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현재로써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단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달러로 자금을 돌려놓는 수요가 많아진 영향이다.
코스피가 전장보다 3.92포인트(0.14%) 오른 2,860.92에 장을 마친 15일 오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2024.7.15 연합뉴스

역시 Fed의 ‘피벗(Pivot·통화 정책 전환)’ 기대감에 최근 4.18%까지 떨어졌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피격 소식 직후인 이날 4.2% 중반까지 다시 오르면서 상승으로 추세가 바뀌었다. 감세와 재정 확장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 국채 발행이 늘어, 장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할 거란 예상이 많다.

‘암호화폐 대통령’ 기대감에 비트코인 랠리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자산으로 꼽히며 크게 올랐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15일 오후 4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4.85% 오른 8834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 초 빗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7724만2000원까지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약 14.3% 오른 가격이다. 같은 시기 이더리움도 빗썸 기준 전 거래일보다 5.13% 오른 471만원에 거래됐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이는 재정 확장 정책을 펼칠 경우 암호화폐가 대체 자산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호화폐에 훨씬 더 우호적인 입장으로 갖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스스로 ‘암호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라고 칭하며 대통령 당선 시 관련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아시아 증시 관망세…2차전지 빠지고 방산주 테마 올라


다만 더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 리스크의 첫 가늠자로 통했던 아시아 주식 시장은 예상과 달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14%(3.92포인트) 오른 2860.92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도 전장보다 0.3%(2.51포인트) 상승한 852.88에 거래를 끝냈다.

다만 트럼프 당선으로 손익이 확실한 일부 테마주는 희비가 갈렸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3.89%)·POSCO홀딩스(-1.53%)·엘엔에프(-3.26%) 같은 2차전지 종목은 전 거래일 대비 이날 의미 있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 시 연비 규제 완화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으로 방산 지원이 줄면, 국방 관련 각국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LIG넥스원(13.35%)·현대로템(7.51%) 등 국내 대표 방산주들은 큰 폭으로 상승 마감했다.

같은 날 중국 증시도 혼조세로 장을 끝냈다. 상하이종합지수 전 거래일보다 0.09%(2.72포인트) 소폭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반면 같은 날 홍콩 항셍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4% 급락했다. 하지만 트럼프 리스크 보다는 중국의 부진한 2분기 경제성장률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던 일본 증시와 일본 국내 외환 시장은 이날 휴장해, 향후 트럼프 리스크의 영향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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