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4차 연설회서도 韓 집중 포격…지지자들간 충돌도
元, 댓글팀 의혹 파상공세
尹 "총선백서 못 만드는 당"
"배신자"·"사퇴하라" 충돌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위한 합동연설회가 한 차례 남은 후반전 국면에서 당대표에 출마한 나경원·원희룡 후보가 1강인 한동훈 후보에 대해 채상병특검법 입장뿐만 아니라 댓글팀 운영 의혹, 대선 출마 여부 등을 놓고 공세를 펼쳤다. 특히 이번 연설회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한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치며 소란을 벌여 한 후보의 지지자들과 충돌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나 후보는 이날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우리 2년 동안 당 대표 비대위원장, 대표 권한대행 8명을 모셨다. 이번에 또 1년짜리 당대표 뽑으면 1년 후에 비대위 하나, 전당대회하나"라고 최근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한 후보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임기는 2년이지만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경우 1년6개월 전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 나 후보는 이 때문에 그간 한 후보의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비판해왔다. 이에 한 후보는 지난 12일 포항 북구 당협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강해지는 정당"이라면서 나 후보를 향해 "꿈을 좀 더 크게 가지시란 말씀을 드린다"고 반박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한 후보를 비판했다. 나 후보는 "대권 욕심 때문에 대통령과 각 세우고 분열하는 사람, 국정농단·당무개입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혐의 씌운 그 단어"라며 "그런데 그 단어 스스럼없이 말해서 민주당, 이재명 당에 빌미 주는 그런 후보, 여러분들 정말 위험하고 불안하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또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원 후보에 대해서도 "갑자기 나온 후보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나온 후보가 대통령에게 할 말 하겠냐"며 "저 나경원이 하겠다. 윤 대통령이 잘하시는 건 팍팍 밀어드리고, 잘못한 건 쓴소리 팍팍해서 윤석열 정부 성공시키고 윤석열 정부 지키겠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원 후보도 한 후보가 제안했던 제3자 채상병특검법과 최근 제기된 댓글팀 운영 의혹·비례대표 사천 의혹을 거듭 언급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원 후보는 "당대표와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은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과 정치적 목적이 같다면 왜 우리 당 절대다수의 의원들과 대통령이 한목소리로 함께 반대하는 특검에 왜 찬성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최근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우호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여론조성팀이 있었고, 심지어 댓글팀까지 있었다는 폭로와 보도가 있었다"며 "여론조성팀과 댓글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중대 범죄 행위다. 야당도 당장 한동훈 특검법에 이 내용을 추가해 특검을 하자고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상향식 공천 반드시 하겠다. 밀실 공천·듣보잡 공천 사천 완전히 없애겠다"고 사천 의혹을 겨냥했다.
윤 후보는 한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보다 무기력한 당내 상황을 개혁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지휘한 이번 총선과 관련한 총선백서를 발간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에둘러 비판했다. 윤 후보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떤 변화와 성찰도 없이 정말로 사실상 공동묘지 속의 평화처럼 추고 있다"며 "총선이 끝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총선 백서 하나 못 만드는 당. 이 당에 어떻게 미래가 있냐"고 지적했다.
반면 한 후보는 연설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 대신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조정에 대해 사과했다. 한 후보는 "R&D 관한 예산삭감 문제는 거칠었고 정교하지 못했다"며 "저희가 반성한다. (충청) 여러분의 마음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자신의 의혹에 대해 한 후보는 연설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혹시라도 돈을 주고 고용했다든가 팀을 운영했다든가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자발적으로 지지자들이 댓글을 단 게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이에 대해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그런 식으로 폄훼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불법이 아닌 방법으로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범죄인 양 폄훼하는 것, 정치인의 자세일까"라며 "자기들 같은 줄 아나 보다"라고 날을 세웠다.
韓, 지지자들 충돌에 …"배신자라 해도 좋다. 폭행만 말라"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는 한 후보 지지자들과 다른 후보의 지지자 간 충돌도 발생했다. 앞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이 지지자들 간 경쟁 과열 양상,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여론조사에 대해 우려하자 한 후보 측 지지자들은 사퇴하라고 외친 바 있다. 또한 한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일부 참석자들은 "배신자, 꺼져라"라고 외쳤고, 한 후보의 지지자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한 후보는 배신자라고 소리치는 인원을 말리려는 당직자들에게 "그냥 두시라. 소리쳐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양측의 충돌이 거세지자 한 후보는 고정됐던 마이크를 뽑고 무대 앞으로 나간 후 "진정하자. 우리 정치가 보일 모습이 이런 수준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정치는 이 수준이 아니지 않느냐"며 "저에게 배신자라고 외치는 건 좋지만 다른 분의 의견을 묵살하지 말아달라. 다른 분에게 폭행하지 말아달라"고 중재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길은 이런 이견 속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거고,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우리가 그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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