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한 백종원- 무뎌진 손석희, '질문들' 보고 실망했습니다

권성훈 2024. 7. 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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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만큼 실망 컸던 MBC <손석희의 질문들> , 사과 대신 해명만 내놓은 백종원

[권성훈 기자]

11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한 손석희 전 JTBC 사장의 <손석희의 질문들> 첫 출연자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이사였다. 이에 더해 최근 백종원 대표가 경영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연돈볼카츠'에서 터진 분쟁으로 프로그램도 덩달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망도 큰 시작이었다.

음식점 사장들의 고민에 대한 백종원 대표의 조언은 이젠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은 그간의 '오르고 바른 백종원'이란 이미지에 흠집을 낸 연돈볼카츠 분쟁에 대한 그의 해명이었을 것이다.

이번 방송 전, 필자의 예상은 가맹점주들에 대한 의례적 사과 정도는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해명 또한 그의 회사 '더본코리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궁색한 백종원, 무뎌진 손석희
 
 MBC <손석희의 질문들> 관련 이미지.
ⓒ MBC
 
특히 실망스러웠던 점은 회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백종원 대표의 태도였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장면 하나. 손석희 전 JTBC 사장이 '매장 수가 줄어든 이유를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하자 백종원 대표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생겨 가맹점 모집을 중단시켰다'라는 말로 브랜드에 문제가 있었음을 슬쩍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 문제의 구체적인 내용과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줄어든 매장 수는 '착시'라고 주장했고, 이어진 질문과 답변에서는 책임을 점주들에게 떠넘겼다.

이처럼 그는 제법 강한 항변으로 일관했다. 문제는 그의 항변이 그다지 당당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방송에서 백종원 대표는 연돈볼카츠 가맹점 출점 점포 수가 68개서 49개로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 주장은 다르다. 전가협에 따르면, 최대 가맹점 수는 68개가 아닌 83개였고 2024년 기준 남은 가맹점은 49개가 아닌 30여 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가협 주장은 잘못된 것일까. 그건 아니다. 백종원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2022년 자료'를 기반으로 한 2023년 정보공개서를 인용했다. 쉽게 말해, 현재의 자료가 아닌 2년 전 자료를 인용한 셈이다. 백종원 대표가 2년 전 자료를 현재 자료로 착각했을 리 없어 보이기에, 이 행위가 '꼼수'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진행자 손석희 전 JTBC 사장이 '난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라며 던진 질문은 그다지 날카롭지 않았고, 백종원 대표의 '나는 당당하다'라는 태도의 항변은 사실 궁색해 보였다. 그러니까 이를 한 줄 감상평으로 정리한다면, '두 거물 모두 애는 썼지만, 보기 안쓰러웠다' 정도였다. 

예능은 다큐가 아니다
 
 MBC <손석희의 질문들> 관련 이미지.
ⓒ MBC
 
백종원 대표의 방송상 이미지는 '바른 방송인'이다. 그의 요리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 덕분에, 사람들은 그를 '옳은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실 필자도 '경영자 백종원'이 아닌, 예능 캐릭터 '백주부'로서의 그를 무척 좋아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에게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그는 모든 국민을 소비자로 상대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영자란 신분이다. 사실, 이건 백종원 대표의 잘못은 아니다. 이를 이용한 것은 방송국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은 오래전부터 인식됐다. 이는 선전 전략의 고전으로 여겨지는 에드워드 버네이즈의 '프로파간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책에서는 미디어, 특히 영화를 이용하여 여성 흡연을 세련된 행위로 인식시킨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에서도 다뤄진다. 이 작품은 현대인들의 과도한 소비행태가 거대 기업들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 전략의 결과임을 보여 줬다.

그리고 그 미디어의 영향력의 대표적 국내 사례가 바로 백종원 대표다. 백종원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지지부진하던 '빽다방'을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이는 미디어 노출이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진 사례로서, '잘나가는 빽다방 덕에...백종원, 중견기업 오너로 도약'이라는 제목의 기사(조선비즈, 2017. 5. 5)에 아주 잘 나와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예능을 다큐로 받지 말라'는 유행어를 떠올려야 한다. 그의 이미지는 방송용이다. '리얼'을 표방한 방송조차 대부분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따라서 그의 인성이나 경영 능력을 방송이 보증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는 주어진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했고 그 수혜를 누렸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수혜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는 사회 상규이다. 유명 연예인들에게 우리 사회가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그 '사회 상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실미도>의 유명한 대사로 기사를 마무리할까 한다.
 
대표님, 그건 비겁한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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