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이탈리아, 35년 만에 원자력 재도입 추진

백일현 2024. 7.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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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중 NATO-우크라이나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우파 정부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 재도입을 추진한다. 마지막 원전을 폐쇄한 지 35년 만이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안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가 가동될 수 있도록 SMR 투자 허용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50년까지 전체 전력 소비량의 11% 이상을 원자력이 담당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청정에너지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원자력에너지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현 재생에너지 기술이 청정에너지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서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이 지난 4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기후, 에너지 및 환경에 관한 G7 장관 회의가 끝난 후 기자 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는 1960~70년대 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고, 원전을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지자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을 결정했고, 1990년 마지막 원자로가 폐쇄되면서 이탈리아는 탈원전 국가로 불려왔다. 이후 리투아니아(2009년), 독일(2023년)도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이탈리아에 앞서 탈원전을 결정한 국가로는 오스트리아, 스웨덴이 있다. 오스트리아는 원전을 지은 해(1978년) 안전 우려가 커지며 국민투표를 실시해 원전 가동 자체가 무산됐다. 스웨덴은 1980년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가 2010년 이를 되돌려 현재는 전력의 40%를 원자력 발전에 의지하고 있다(세계원자력협회).

이탈리아에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시절인 2010년대 원전 재도입이 추진됐으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국민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90%를 넘기며 무산됐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과도한 의존 우려”


최근 환경단체 레감비엔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5%는 원자력이 이탈리아 에너지난의 해결책이라는데 회의적이었고, 25%는 강하게 반대했다. 다만 37%는 기술이 더 안전하다면 원자력이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피케토 프라틴 장관은 최신 기술이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태양광 발전과 관련, “주로 중국에서 제조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매우 통제하는 기업 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태양광 패널 수입이) 상업적 도구뿐만 아니라 정치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광객들이 찾는 언덕 위의 태양광 패널이 쾌적한 것은 아니다”라며 소규모 원전엔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토지보다 훨씬 적은 토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도 설명했다.

최근 다른 국가에서도 원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원자력발전소 확대 방침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전력 먹는 하마’로 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의 확충에 따른 발전 수요는 물론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2035년 석탄화력발전 전면 중단’ 로드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한때 '탈원전' 정책을 추구했던 일본 정부도 노후 원전을 폐로하는 경우 그 수만큼 새 원자로를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달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폼페이 '미스테리 빌라' 지붕에 있는 태양전지판 모습. 폼페이 고대 타일과 같아 보이나 내부에 태양전지가 있다. AFP=연합뉴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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