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입틀막 완성하라"... 이진숙의 'MBC 장악' 배후는?

신상호 2024. 7.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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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①] 윤 대통령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언론장악 카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합니다."

지난 2021년 10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묻다' 토론회에서 '공영방송'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당시 토론회 사회를 맡던 이진숙(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정권교체국민행동 대변인은 "언론은 있지만 언론왜곡이 큰 문제, 심각한 편향성 문제가 나타난다, 일각에선 MBC 민영화 얘기도 나오는데 입장이 어떤가?"라고 물었고, 윤 후보는 "민영화가 답"이라고 화답했다. 윤 후보는 당시 "KBS 사장을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 시키는 것 안 하겠다. 언론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유능한 분, 딱 올려놓고 알아서 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이후 2024년 공적 소유 구조였던 YTN은 사기업인 유진기업이 새롭게 대주주가 되면서 '사영화'됐고, KBS 사장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어벤져스'라고 칭송했던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임명됐다. 2021년 윤석열 후보의 말은 현실이 됐다. 

"조선일보 잘한다"는 방통위원장 후보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지난 2019년 10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 남소연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진숙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였고, 좌파 방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부르짖어왔다. 

2022년 3월 당시 그가 대변인으로 있던 정권교체국민행동은 윤석열, 안철수의 단일화 결정을 당시 '윤석열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진숙 후보자는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2022년 3월 25일 시사포커스TV 유튜브에 출연해, "정말 대한민국 최초의 소신 있는 프로 정신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며 윤 대통령을 칭송헀다. 

이 후보자는 이후 보수단체 집회와 강연 등에서의 공개 발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장악 구상을 구체적으로 다듬기 시작했다. 그가 몸 담았던 MBC는 노조에 장악된 노영방송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인물은 '중립적 인물'이 아닌 '투사'가 와야 한다고 했다. 

"MBC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하면 중도적인 중립적인 인물이 사장으로 와야 되겠죠? 자, '안됩니다'라고 얘기하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정답입니다. 무너진 공영 언론, 기울어진 문화권력 지평을 바로 세워줄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중도적이다, 신사다, 점잖다, 그런 사람 안됩니다." - 2023년 6월 7일 대안연대 주최 국가안보 대국민 토론회에서

이날 토론회에서 그가 기준점으로 내세운 공정한 언론사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었다. 그는 "조선일보나 TV조선에서 잘하고 있다. 굉장히 중립적으로 한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후보자를 '방송 공정성을 확보할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9일 국회에 제출한 이진숙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서 "(MBC 기자 출신인) 이 후보자는 오보 및 왜곡 보도를 바로잡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언론인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고 했다. 

이어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 시기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방송기자 시절부터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있는 일처리를 해온 만큼 여야 추천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체 행정기구의 장으로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 없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균형 있는 일처리"와 "치우침 없는 리더십"이라는 대통령의 평가와 달리 이진숙 후보자는 '정치색이 명확한', 더 나아가서는 '극우'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인물에 가깝다.

보수단체인 국민언론감시연대(현 공정언론국민연대)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2022년에는 또다른 보수언론단체인 바른언론인모임 대표로 활동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 국회의원, 대구시장 경선에 출마했고, 윤석열 대선 캠프(선대본 국민통합본부 미디어감시단장 등)에도 참여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후보자 지명되기 전까지 그는 자유민주당, 푸른한국, 대안연대 등 보수단체가 주관하는 토론, 강연에 참석하면서 '노영방송 척결'을 부르짖었다. 

공언련,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핵심 부대'
 
 지난 2021년 12월 14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 후보자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는 국민의힘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의 핵심 세력으로 암약하고 있다.

2022년 6월 10일 공언련 창립대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여기 계신 여러분 덕택에 대선도 이길 수 있었고 이번에 지방선거도 이길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공언련은 지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 국민의힘과 함께 총 181건의 민원을 넣었다. 선방위에는 공언련이 매주 발간하는 언론모니터링 내용과 유사한 민원들이 접수됐고, 민원이 제기된 방송사에 대해 '법정제재'를 남발하면서 '언론 입틀막'을 공공연히 시도했다. 

공언련과 관련 혹은 활동했던 인물들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진출, 집중 포진하고 있다. 권재홍 공언련 이사장과 최철호 공언련 전 대표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방심위 내 권익특위(황승경), 통신특위(장옥님), 광고특위(이홍렬, 지연옥)에도 공언련 출신(혹은 관련)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방송통신위원회(통신분쟁조정위원장 구종상)에도 자리를 잡고 있다.

공언련 발기인 출신인 이진숙 후보자는 방송사 재허가권과 공영방송 이사 선임권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장 수장 자리에 내정됐다.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조만간 MBC, KBS, EBS 등 공영방송사의 이사 임기가 끝난다, 임기가 끝나면 마땅히 새 이사들을 선임해야 한다. 임기가 끝난 공영방송 이사들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방통위 2인 체제 위법 논란에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할 태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5일 공개한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 지원자 목록에도 공언련 등 보수단체 활동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현재 야권 우위 구도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는 새로운 이사 선임이 이뤄지면 여권 우위 구도로 재편된다. 방문진은 MBC 대주주로 MBC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으며, 이사회 재편 즉시 'MBC 사장 해임'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 방문진 이사 임기는 8월 12일까지다. 

진실 프로젝트는 첫 기획으로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의 연대 취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에 참여하는 인물들과 구조, 그 방식에 대해 낱낱이 취재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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